수치 너머의 삶을 읽는 눈: 선배들의 길을 따르며 [26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6-09-01 14:35:13

오영승 / 강서성모맑은내과의원 원장

안녕하십니까. 2026년 5월 서울 강서구 마곡역에 개원한 강서성모맑은내과의원 오영승입니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개원의 선배님들께 이렇게 글로써 인사를 올립니다. 부족한 저의 경험과 소회를 나눌 수 있도록 소중한 지면과 기회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려움의 영역을 새로운 전문성으로

군의관 시절 접한 내시경에 매료되어 소화기내과를 전공했고, 종합병원에서 봉직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마주할 때마다 늘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전공의 시절 신장내과를 깊이 있게 접할 기회가 부족했기에, 저에게 신장내과는 늘 비어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래 환자의 크레아티닌 수치가 5 mg/dL 이상으로 확인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전원을 알아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퇴근 후 두 시간이 넘도록 백방으로 투석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했던 그날 밤의 기억은 제 의사 인생의 이정표를 바꾸었습니다.

두려움에 안주하기보다, 정면으로 부딪쳐 약점을 전문성으로 채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침 대학병원 신장내과 전임의 모집은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가장 두려워했던 영역을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바꾸기 위한, 두 번째 임상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진 1] 강서성모맑은내과의원 오영승 원장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광야로

전임의 수련 후, 언제든 상의할 수 있었던 대학병원의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났습니다. 새로 투석실을 개설하는 종합병원의 유일한 신장내과 의사로 부임했을 때, 모든 임상적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중압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한 자릿수 환자로 시작한 인공신장실은 4년 만에 100여 명의 환자가 신뢰하고 찾는 공간으로 성장했습니다. 고령의 복합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개원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우리마저 외면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진료했습니다. 다행히 환자들이 치료에 잘 따라주어 큰 문제없이 안정적인 유지 투석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저와 함께 투석을 시작한 환자들과는 주치의를 넘어선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개원을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시던 환자분의 모습은 임상의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자 책임감으로 가슴에 남았습니다.

 

[사진 2] 강서성모맑은내과의원 내부 모습

 

위기를 거쳐 단단해지는 과정

개원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선배 원장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하루에도 몇 군데씩 업체를 만나 공부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개원 전후로 마주한 현실의 장벽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치솟는 인건비, 주사기 품절 대란과 같은 공급망 불안정,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의 변화 예고까지 개원가는 매 순간이 시련이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업체와의 조율부터 예고 없는 직원들의 사직 통보까지, 거센 풍파가 몰아쳤습니다. 고비마다 막막했지만, 저는 좌절하기보다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한 단계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건네주셨던 격려와 조언은 홀로 진료실을 지키는 제게 언제나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다시 나아가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환자들에게서 나옵니다. 투석실 환자들이 전해주는 따뜻한 칭찬글과, 외래 환자들의 진심 어린 리뷰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감이 더해집니다. 환자들이 건네는 신뢰야말로 악재를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자, 묵묵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지치지 않는 힘입니다.

 

[사진 3] 강서성모맑은내과의원 치료실 모습

 

 수치 너머의 삶을 개별화하다

인공신장실 환자들은 오랜 유병 기간으로 인해 대개 예민하고, 감정 변화가 격해 조심스러운 존재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예민함 이면에 가려진 두려움과 고단함을 먼저 바라보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았던 환자라도, 눈을 맞추고 정성을 다해 반복적으로 다가가면 결국 진심을 알아주고 깊은 신뢰를 보내온다는 것을 매일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희 의원이 지향하는 진료의 핵심은 '환자 맞춤형 개별화 치료'입니다. 모든 환자에게 천편일률적인 이론만을 적용하기보다, 개개인의 생활방식과 동반 질환, 당일 몸 상태까지 고려하여 최적화된 투석 환경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검사 수치의 완성도는 기본으로 갖추되, 환자의 지친 마음까지 돌보는 정서적 돌봄을 결합하겠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의 선후배 선생님들께서 밤을 지새우며 지켜내신 환자들의 소중한 바통을 이어받아, 지역사회의 든든한 보루가 되겠습니다. 병원 문을 나설 때 환자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개원가에서 실천해 나갈 소명이자 지향점입니다. 회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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