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교수와 이한비 교수의 즐거운 만남 [25년 겨울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5-12-10 16:40:56
김용수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명예교수
이한비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임산진료조교수
김용수 (전)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은 국내에 중재신장학을 처음 도입한 선구자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서울성모병원에 중재신장클리닉을 개설하여 혈관 통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했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투석통로학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신장내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투석통로 교육과 학문적 교류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신장학회는 서울성모병원 중재신장클리닉을 국제 중재신장학 수련기관으로 지정하였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전공의로 시작해, 신장내과 교수, 신장학과장, 인공신장실장, 혈액투석 혈관센터장 등을 거쳐 온 김용수 교수는 현재 김용수내과를 운영하며 투석 및 신장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서울성모병원 이한비 임상진료조교수가 질문자로 나서, 김용수 교수의 신장내과에 대한 열정과 진료에 대한 소명감, 그리고 환자와 후배 의사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들어보았다.
Q1. 이한비 교수
오랜만에 교수님을 뵙게 되니 정말 반갑습니다. 정년 퇴임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1. 김용수 교수
정년 퇴임 후 김용수내과 인공신장실을 개원하여 혈액투석환자와 지역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Q2. 이한비 교수
계속해서 환자 진료를 이어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삶과 현재의 진료실에서 삶은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시는지요?
A2. 김용수 교수
대학병원 의사와 1차 의료기관 의사의 역할은 매우 달라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다시 전공의가 된 느낌입니다. 대학에서는 신장내과 환자만 진료했는데 지금은 내과의 여러 분과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에서는 동료 교수, 임상강사, 전공의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여 실행해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환자 한 명을 3분 정도 진료했지만 지금은 10분 이상 진료하여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고, 교육과 연구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대부분 진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월급을 받으며 일했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월급 주면서 일한다는 점도 다릅니다. 대학 교수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1차 의료기관 의사의 역할을 배우고 경험하고 있지만, 몸이 아플 때 쉬거나 병원에 진료받으러 갈 수 없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Q3. 이한비 교수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국제학술지 편집장으로, 그리고 다양한 학술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이런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3. 김용수 교수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할 수 있는 여력이 조금 남아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마감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온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일들을 한순간에 내려놓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원 후 2년 동안은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아직은 국제학회에서 강의 초청을 받아 작년부터는 연 1-2회 강의하고 있습니다. 국제학술지 편집장으로서의 일은 무료 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논문이 많아 주말에도 평가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 덕분에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되고, 최근 연구 동향을 꾸준히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4. 이한비 교수
교수님께서는 국내에 중재신장학을 처음 도입하셨습니다. 당시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시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4. 김용수 교수
그때의 어려움을 소식지 지면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중재신장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연관이 있습니다. 개원을 앞두고 각 과에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신장내과에서는 제 은사이신 방병기 교수님과의 의논 끝에 중재신장학을 개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재신장학은 국제신장학회에서 이미 2006년 신장학의 한 전문분야라고 선언되었으며, 미국, 유럽 및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다소 늦게 도입된 분야입니다. 당시 젊은 교수를 해외 연수에 보내 중재신장학을 수련시킬 계획이었으나 적절한 인원이 없어, 제가 직접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008년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중재신장학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영상의학과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서울성모병원 개원 두 달 전 가까스로 c-arm fluoroscopy 구매 승인을 받아, 2009년 3월 26일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동시에 중재신장클리닉을 개설할 수 있었습니다.
Q5. 이한비 교수
현재 우리나라 중재신장학 발전 현황과 문제점은 어떤 것인가요?
A5. 김용수 교수
2010년 중재신장학연구회 발족을 시작으로 대한신장학회 학술대회, 각 대학 연수교육, 심포지엄 등을 통해 중재신장학의 필요성을 알리고 젊은 신장내과 의사들을 수련해 왔습니다. 2011년부터 연 2회 한일심포지엄을 꾸준히 개최하였고, 2015년 아시아 최초로 Dialysis Access 관련 국제 심포지엄(Dialysis Access Symposium 2015)을 서울에서 열었습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Asian Pacific Society of Dialysis Access가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혈액투석을 위한 중심정맥도관을 신장내과에서 삽입하는 병원이 늘었고, 정확한 삽입 방법이 확산되어 혈액투석환자 진료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심평원 자료에서 보듯이 2011년부터 혈액투석을 위한 중심정맥도관 중 non-tunneled catheter는 지속 감소하고 tunneled catheter 삽입이 급속히 증가하였는데 중재신장학의 국내 도입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PTA를 비롯한 혈관 시술을 신장내과에서 시행하는 병원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진료과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릅니다. “중재신장학은 신장내과의 전문 분야이다”, “중재신장학을 통해 투석환자에게 더욱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점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신장내과 의사가 첫 번째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장내과 의사가 coronary intervention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혈관통로 시술을 신장내과 의사가 하는 것이 보편화되기를 바랍니다. 혈관통로 시술은 외과, 영상의학과와 다학제협력팀을 이루어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며, 신장내과가 그 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Q6. 이한비 교수
교수님께서 처음에 신장내과를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그리고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신장학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6. 김용수 교수
1983년 내과 전공의를 시작하고 신장내과에서 처음 투석치료를 보았을 때 매우 신기하게 느꼈습니다. 현재 의학이 발전한 시대에도 Vital organ이 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환자가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이 유일합니다. 당시에는 인공신장실을 갖춘 병원도 드물었고, 투석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도 없었습니다. 야간 투석이 필요할 때에도 간호사 호출 시스템이 없어, 한 달에 1~2회 응급환자가 내원하면 신장내과 전공의가 직접 인공신장실 문을 열고 투석기계를 준비해 혼자 투석을 시행했습니다. 기계에서 알람이 울릴 때마다 당황하며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폐부종으로 숨이 차서 왔는데, 당시에는 혈액투석 도관이 없어 동정맥루가 준비되지 않은 환자는 투석 바늘을 radial artery 또는 dorsalis pedis artery와 눈에 보이는 가능한 vein에 직접 천자하여 투석을 진행했습니다. 위독한 환자를 걱정해 가족들이 병원에 몰려오곤 했지만, 숨이 가쁘던 환자가 1시간 정도 ultrafiltration을 시행한 후 편히 숨을 쉬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때 신장내과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과는 여러 분과로 세분화되며 전문성이 강화되었지만, 한 장기만 바라보는 단점도 있습니다. 신부전환자의 합병증이 전신에 발생하기 때문에 신장내과 의사는 환자의 몸 전체를 보는 훈련을 받습니다. 이러한 점 또한 신장내과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7. 이한비 교수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더 해보고 싶거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7. 김용수 교수
군 제대 후 강남성모병원에서 임상강사로 근무를 시작했을 때 복막투석 환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환자 수는 많지 않았지만, 치료를 전담하는 교수도 없었고 도관기능부전, 복막염 등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이 환자들을 전담하게 되었고, 매년 연말에는 병원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40분 정도 환자 교육을 위한 강의를 하고 다과를 곁들여 이야기하고 노래도 부르고 친목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질문을 드렸습니다. “복막투석을 하면서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가장 많은 대답은 “투석액을 하루 3회만 교환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그때 저는 “앞으로 10년 안에는 가능할 것입니다.”라고 답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Icodextrin 투석액을 사용하여 1일 3회 투석액 교환을 시행한 RCT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때 환자들과의 약속이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Q8. 이한비 교수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신장내과 의사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나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8. 김용수 교수
임상의사로서 신장내과 의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그러나 머릿속의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환자 곁에서 관찰하며 해결책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요즘 환자 상태를 보고만 받고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 않은 채 영상 진단에만 의존하는 젊은 선생님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습관으로, 정확한 진찰 방법을 숙지하고 자주 환자 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지금은 환자가 주치의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시대가 아닙니다. 일부 의사들이 고령의 환자가 주치의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음을 고려할 때,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견을 절충하며 치료하는 것이 환자와의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의사는 주치의가 아닌 것입니다.
Q9. 이한비 교수
여러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신장내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9. 김용수 교수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님들은 여건상 쉽지는 않겠지만, 진료를 줄이고 교육과 연구에 많은 힘을 쏟아 훌륭한 의사를 양성하고 학문 발전에 기여하시길 바랍니다. 개원의 선생님들은 양질의 투석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치료 과정의 표준화를 이루고, 새로운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나라 투석치료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바탕은 건강입니다. 스스로 건강해야만 환자를 지킬 수 있습니다. 젊은 나이부터 지속적으로 체력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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