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N 2026, 질문으로 내일을 빚다 [26년 가을호]

편집부

news@ksnnews.or.kr | 2026-09-02 18:28:22

강은정 / 서울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내과

미래를 묻는 학술대회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은 ‘무엇을 더 담을 것인가’를 정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질문이 가장 필요한가’를 고르는 일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논문과 치료제가 쉼 없이 등장하고, 신장학의 범위가 인접 분야와 빠르게 맞닿는 상황에서 모든 주제를 한 학회 안에 담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에 남겨야 할 것은 정보의 총량이 아니라, 참가자가 진료실과 연구실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될 질문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6차 대한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 KSN 2026은 “Shaping Tomorrow’s Nephrology: Insight-Driven Kidney Care”를 주제로 개최되었습니다. ‘Shaping’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단순히 전망한다는 뜻보다, 오늘의 통찰과 선택을 통해 그 모습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간다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학술위원회는 이 문장을 구호에 머물게 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기준으로 삼고자 노력했습니다. 무엇이 새롭다는 사실만 소개하기보다 그것이 환자 진료를 어떻게 바꾸는지, 어떤 한계와 책임을 동반하는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학술대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번 학회에는 국내 1,971명과 국외 284명을 포함하여 총 2,255명이 등록하였습니다. 작년보다 커진 규모에 맞추어 Plenary Lecture는 보다 넓은 Auditorium에서 진행되었고, 주요 강연을 함께 듣고 토론하려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학회장의 분위기도 한층 활기를 띠었습니다. 

 

[사진 1] KSN 2026 학회장 모습

 

또한 올해 처음으로 AI 기반 통역 서비스를 도입하여 언어의 장벽을 낮추고, 국내외 참가자들이 주요 강연과 토론에 보다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규모의 확대가 단순히 숫자의 증가에 머물지 않고 학술적 경험의 폭과 접근성을 함께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KSN 2026의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질환보다 환자를 보다

올해 프로그램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변화 중 하나는 신장질환을 고립된 장기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Plenary Lecture에서 다룬 Cardiovascular-Kidney-Metabolic(CKM) syndrome은 이러한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신기능 저하, 심혈관질환, 당뇨병과 비만은 서로 떨어진 동반질환이 아니라 같은 환자의 위험을 함께 구성하며, 치료 역시 분절된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예후 전체를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CKM 세션에서는 비당뇨병 및 제1형 당뇨병, 만성콩팥병에서의 새로운 근거와 finerenone의 확장 가능성을 살펴보며, 근거의 변화가 실제 치료 순서와 환자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논의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사구체질환, 만성콩팥병, 투석과 이식 세션에도 이어졌습니다. 단백뇨성 사구체질환에서의 비만과 대사 이상, 심혈관 위험 평가, 고령 환자의 투석과 보존적 치료, assisted PD, 환자와 보호자의 소진, 영양과 근감소증은 모두 질환명이나 검사 수치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문제들입니다. 대한감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등과의 공동 심포지엄도 ‘신장내과의 영역을 넓힌다’는 선언보다는, 한 환자에게 동시에 존재하는 여러 위험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어떤 장기를 치료할 것인가 보다 어떤 환자를 돌보고 있는가를 먼저 묻게 하였습니다.

국제 공동 프로그램도 같은 원칙 아래 구성하였습니다. KSN-TSN-JSDT 공동 심포지엄, KDIGO-KSN 및 KSN-ISPD 공동 심포지엄, ESPN과 Asian Nephrology Forum 등은 같은 질환과 치료를 두고도 국가별 환자 특성, 의료자원, 보험제도와 진료 관행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비교하고, 한국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소개하거나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서로의 해법을 검토하는 장이었습니다. 국제화의 의미는 국경을 넘은 지식의 이동 자체보다, 익숙한 판단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점검하는 데 있다고 느꼈습니다.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미래를 다룬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첫 번째 Plenary Lecture의 “APOL1: From Genome Discovery to Clinical Practice”는 유전적 발견이 질병 기전의 이해를 넘어 위험 예측과 임상 적용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전체, 다중오믹스, 병리와 전사체의 통합, 단일세포 및 공간전사체 연구는 정밀신장학이 더 이상 추상적인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신장이식 세션에서도 새로운 바이오마커, 거부반응과 이식신 소실을 예측하는 기계학습, 개인별 면역억제 전략을 통해 같은 진단을 가진 환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시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동시에 세 번째 Plenary Lecture의 이종이식은 과학적 가능성이 커질수록 질문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장기 부족을 해결할 새로운 경로라는 기대와 함께 면역학적·감염학적 위험, 장기적인 안전성, 윤리와 제도,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검토해야 했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연구와 진료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의료윤리의 관점, 보건의료 AI 도입의 시사점, 신장내과 의사의 데이터 책임을 별도의 윤리교육에서 논의함으로써 알고리즘의 정확도만큼 편향, 개인정보, 설명 가능성과 책임의 주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KSN 2026이 말한 미래는 기술이 자동으로 가져다주는 결과가 아니라, 가능성과 책임을 함께 선택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현장으로 옮기다

학술대회에서 들은 내용이 실제 진료를 바꾸려면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회가 끝난 뒤부터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 PG Education은 복막투석 처방과 합병증, 체액·전해질 이상, 급성콩팥손상, 이식 환자의 실무적 문제를 증례와 의사결정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논쟁이 있는 주제에서는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근거와 임상 상황을 비교하도록 하였고, 일상 진료에서 자주 만나지만 판단이 어려운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습니다.

POCUS hands-on session은 혈관접근로 초음파, 신장·폐·IVC 초음파, 신장생검과 영구도관 삽입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식을 손의 경험으로 전환하였습니다. 투석 전문의 과정과 간호사 과정에서는 투석실의 실제 관리, 혈관접근로, 응급상황, 환자교육을 직역과 역할에 맞게 다루었습니다.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 세션은 국제적 흐름과 국내 제도 변화, 현장 적용과 질의응답을 한 자리에서 연결하였습니다. 학회가 최신 근거를 소개하는 곳을 넘어, 근거가 현장에 정착하기까지 필요한 기술·교육·제도를 함께 다루는 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구체화한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자유연제와 KSN Cooperative Study 역시 이미 정리된 지식을 전달하는 세션과는 다른 긴장을 더했습니다. 알포트증후군의 국내 현황, 항암치료 후 신장 합병증, 다기관 사구체질환 코호트와 임상정보의 연계, 한국인 만성콩팥병 환자의 나트륨 배설량 추정 등 국내 연구자들이 직접 만든 근거가 공유되었습니다. 완성된 결과뿐 아니라 연구의 한계와 다음 단계가 토론되는 과정은 ‘어떤 근거를 기다릴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환자에게 필요한 근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묻게 하였습니다.

 

[사진 2] KSN 2026 진행 모습

 

환자의 목소리에서 사회적 책임까지 

올해 특히 인상적이었던 변화는 환자와 당사자가 학술대회의 청중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무대에 올랐다는 점입니다. Patient Advocacy Session은 전통적인 강의 대신 토크쇼로 진행되었고, 영화 「슈가」에 출연한 당사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단체, 의료진과 디지털 헬스케어 관계자가 함께 질병을 살아가는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의료진에게 익숙한 수치와 치료가 환자의 일상에서는 학교와 직장, 가족, 불안과 선택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당사자의 언어로 전해졌습니다. 환자 중심 진료는 환자를 위한 결정을 넘어, 환자가 학술적 논의의 주체가 되고 그 경험이 진료와 연구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는 과정임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Green Nephrology 세션에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탄소발자국, 물과 에너지 사용, 플라스틱과 폐기물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재난대응위원회 세션에서는 전쟁 상황에서의 협력, 지진 대비, 기후재난과 폭염이 신장질환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학회의 대응 체계를 논의하였습니다. 환경과 재난은 신장학의 ‘주변 주제’가 아니라 치료의 지속 가능성과 환자의 생존을 결정하는 조건입니다. 통상적인 진료 환경이 유지되지 않을 때 누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오늘의 치료가 다음 세대에 어떤 부담을 남기는지까지 묻는 순간 신장학의 책임은 더욱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 3] KSN 2026 현장 모습

 

두 해의 준비를 돌아보며

지난해 처음 학술위원회 간사를 맡았을 때에는 학술대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시간과 조율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올해는 전반적인 흐름과 준비 과정을 조금 더 이해한 상태에서 다시 참여했지만, 결코 더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연구와 진료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회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주제를 균형 있게 구성해야 했고, 각 분야의 의견과 제한된 시간표를 조정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프로그램 표에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제목과 시간만 보이지만, 그 뒤에는 학술위원회 이사님이신 김동기 교수님, 그리고 함께 참여해주신 위원님들과 여러 위원회, 국제학회 및 유관 학회가 나눈 수많은 제안과 수정이 있었습니다. 연자와 좌장의 일정, 유사 주제의 중복, 각 세션의 성격을 하나씩 조율하며, 좋은 프로그램은 새로운 주제를 많이 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여러 의견이 실제 학회의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꺼이 판단과 수고를 보태주신 많은 분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답보다 다음 질문

KSN 2026은 미래의 신장학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려 한 학회가 아니었습니다. 환자를 장기별로 나누지 않는 진료, 정밀의학과 인공지능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방법, 새로운 근거를 현장에 옮기는 교육과 제도, 환자의 목소리와 환경·재난까지 포함하는 신장학의 역할을 함께 질문한 시간이었습니다. 나흘 동안 제시된 답들은 각자의 환자와 연구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질문을 공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의 변화를 시작하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해 동안 학술위원회 간사로 KSN을 준비할 기회를 얻은 것은 제게 큰 배움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위해 지혜를 나누어 주신 모든 선생님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회를 운영해 주신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학회장을 찾아 강의를 듣고 질문하며 토론을 완성해 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KSN 2026에서 각자가 발견한 질문이 진료실과 연구실에서 새로운 판단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일의 신장학을 실제로 빚어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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