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5일(금)부터 12월 7일(일)까지 대만 타이베이(Taipei)에서 개최된 Asian Pacific Congress of Nephrology (APCN 2025)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번 학회는 저의 첫 해외 학회이자 초록 포스터를 발표할 기회였기에, 출발하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학회가 열린 TaiNEX (Taipei Nangang Exhibition Center) 지하철역에서부터 학회장으로 향하는 길은 아시아 각국에서 온 의사 및 연구자들로 붐볐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뿐만 아니라 병리학, 소아청소년과, 기초의학, 직업환경의학과 등 신장학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회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습니다. 8개의 강의실에서 여러 주제의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고, 구연·포스터 발표장, 기업 및 기관 부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참가자들로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기관 부스 중 한 곳에서는 ‘Kingdom of Healthy Kidney’라는 주제로 5가지 위험 요인인 비만, 소염진통제(NSAIDs) 사용, ‘Three highs’(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흡연, 고칼륨혈증을 옛 중국 청나라 시대 전통 의상을 입은 인물들로 재치 있게 형상화해 놓았는데, 그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그림이 그려진 다섯 개의 캔을 모래주머니로 맞히는 게임도 진행되었습니다. 저 역시 참여하여 학회 측에서 초청한 셰프들이 즉석에서 수프와 다양한 재료를 더해 준비해 주는 아침 식사를 주문할 수 있는 쿠폰을 받았습니다.
포스터 전시장 입구에는 타이완 양식으로 꾸며진 대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문을 지나 입장하니 우측 한편에 대만 스펀 지방의 축제로 유명한 천등 날리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태블릿으로 문구를 입력하면 모니터 속 하늘로 천등이 올라가는 방식이었는데, 저도 ‘SCH&APCN’ 응원 메시지를 띄워보았습니다.
이 밖에도 중국 고대 천왕을 형상화한 피규어 전시, 기관 부스에 설치된 약제 관련 퀴즈를 맞히면 귀여운 애니메이션과 함께 자판기에서 음료가 제공되는 기계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 ‘캐릭터의 나라’라는 별칭에 걸맞게 학술 교류뿐 아니라 타이완의 문화적 감각까지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 세션 중에서 만성콩팥병의 치료 전략 중 하나인 Aldosterone synthase inhibitor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또한, IgA 신증에서의 unmet needs를 개괄하면서, 병태생리에서 BAFF와 APRIL이 수행하는 역할, 그리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Atacicept의 임상 연구 성과가 소개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IgA 신증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였습니다.
학회 둘째 날에는 제가 준비한 ‘SGLT2 inhibitor alters circulating mitokine levels in patients with chronic kidney disease’라는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발표 내용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혈액에서 mitokine 수치를 측정하여 정상인과의 차이를 비교하고, SGLT2 inhibitor 사용 후 mitokine 수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세포 스트레스에 반응해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유래되어 분비되는 펩타이드인 미토카인에 대한 소개와 함께, 미토카인이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손상의 지표로 기능할 수 있으며, SGLT2 inhibitor가 미토콘드리아 손상 회복에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표지자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와 발표는 교신저자이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이해경 교수님께서 환자 데이터 수집과 통계 분석 과정에 세심한 지도와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먼 학회까지 함께 오셔서 든든한 응원을 보내주신 권순효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 분의 격려 덕분에 첫 해외 학회 포스터 발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APCN 2025는 학문적 성과 공유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적 프로그램도 제공했습니다. 학회 주최 측에서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기념품들이 그려진 에코백 등 여러 기념품을 준비해 주었고, 차의 나라답게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다양한 차와 다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학회 둘째 날 밤, 한국 참가자들이 학회장 인근의 바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류의 장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앞으로의 학술적 목표를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학회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는 개최지인 타이완이라는 나라 자체였습니다. 우리에게는 TSMC와 반도체 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전에 관광을 위해 방문했던 저에게는 친절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나라라는 인상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숙소에서는 다안삼림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고, 공원을 따라 러닝을 하거나 주말 피크닉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해 타이베이의 따스한 햇살 아래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저녁에는 타이베이 101이 있는 신이지구에서 시가지의 화려한 야경과 거리 곳곳의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얇은 긴팔 차림으로 산책하기에 알맞은 포근한 날씨 속에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대만 특유의 감성이 배어 있는 골목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던 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번 APCN 2025 해외 학회 참석을 흔쾌히 지원해 주시고,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진료와 업무를 맡아주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모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잊지 못할 경험과 값진 배움을 얻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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