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덜 짜게 먹는다’라는 착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짜게 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으로 느끼는 짠맛과 실제 우리 몸이 받아들이는 소듐의 양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국이나 찌개와 같은 국물 음식, 김치와 장아찌 같은 절임류, 그리고 가공식품이나 외식 음식에는 예상보다 많은 소금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스스로는 싱겁게 먹는다고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소듐을 섭취하는 경우가 흔하며, 이러한 ‘인지와 실제 섭취 간의 괴리’는 식이 관리의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장기적으로 고혈압, 심혈관질환, 그리고 만성콩팥병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만성콩팥병 관리의 핵심, 소듐 제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식이 조절은 약물 치료와 함께 질병 관리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그중에서도 소듐 섭취 제한은 체액 조절, 혈압 관리, 단백뇨 감소, 그리고 신기능 보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대한신장학회는 국내 16개 병원에서 총 1,6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K-SALT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국내 다기관 코호트를 기반으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실제 소듐 섭취 수준과 그 결정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대표적인 연구로, 임상 현장에서의 저염식 관리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합니다.
K-SALT 연구가 보여준 현실
K-SALT 연구에서는 24시간 소변 소듐 배설량(24hrUNa)을 활용하여 실제 섭취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는 섭취된 소듐의 대부분이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생리적 원리에 기반한 방법으로, 현재까지 가장 신뢰도 높은 평가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약 8.8 g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하루 5 g 미만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저염식이 충분히 실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며, 환자들이 스스로 적절히 섭취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과 실제 섭취량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즉, ‘덜 짜게 먹고 있다’라는 주관적 판단만으로는 적절한 식이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입니다.
소듐 섭취를 결정하는 요인들
연구 결과, 소듐 배설량은 단순히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환의 유무보다는 콩팥 기능과 인구학적 요인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 콩팥 기능(eGFR): 기능이 보존될수록 소듐 배설량 증가
특히 eGFR이 높은 환자에서 소듐 배설량이 증가하는 양상은 단순한 섭취 증가뿐 아니라, 콩팥의 소듐 배설 능력이 유지되어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만성콩팥병이 진행될수록 소듐 배설량이 감소하는 경향은 식이 제한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배설 능력 저하를 반영하는 생리적 변화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24시간 소변 소듐 수치를 해석할 때는 단순 수치 자체보다는 콩팥 기능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림1]
- 단백뇨: 이미 짜게 먹고 있다는 증거
콩팥 질환은 초기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만약 검사에서 단백뇨가 발견되었다면 콩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가 손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고염식은 콩팥 속 사구체의 압력을 높이게 되고, 압력이 높아지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게 되고, 결국, 콩팥 손상의 가속화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단백뇨가 발견된 단계에서는 저염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연령: 고령일수록 소듐 배설량 감소
고령일수록 소듐 배설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식욕 감소나 식이 습관 변화, 또는 의료진의 권고에 대한 순응도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 체질량지수(BMI): 높을수록 소듐 배설량 증가
체질량지수가 높은 환자에게서는 소듐 배설량이 증가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가공식품이나 고열량 식단을 포함한 전반적인 식습관과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에서는 소듐 섭취 증가에 비해 칼륨 섭취는 충분히 증가하지 않는 경향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전형적인 현대 식단 패턴을 반영하며 심혈관 위험 증가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림 2]
- 성별: 남성에서 소듐 배설량 더 높은 경향
남성 환자에게서 여성보다 높은 소듐 배설량이 일관되게 관찰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생리적 차이보다는 에너지 섭취량 및 식습관 차이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집단에 대한 맞춤형 식이 교육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 음주: 짠 안주와 함께 먹는 음주 습관
많은 분들이 “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의외로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술과 함께 먹는 ‘안주’입니다. 술을 마실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른안주, 젓갈류, 튀김류, 그리고 국물 요리나 찌개 같은 짠 안주를 계속해서 먹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술을 마실 때는 배가 불러도 안주를 계속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금을 무의식적으로 섭취하게 됩니다. 콩팥 건강을 위해서는 술의 양뿐만 아니라 함께 먹는 안주 선택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짠 마른안주 대신 채소나 과일, 담백한 단백질 음식 등을 선택하는 것이 소금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소금 섭취는 단순히 질환 유무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신기능, 체성분,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의 저염식 교육 역시 획일적인 접근이 아닌, 환자의 신기능 단계, 체중,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24시간 소변 검사의 한계와 대안
소듐 섭취를 정확히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24시간 소변 수집 검사입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가 하루 동안 모든 소변을 빠짐없이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시행이 번거롭고,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따르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SALT 연구팀은 간편한 소듐 섭취 추정 공식(K-SALT equation)을 개발하였습니다[그림3]. 이 공식은 일반적인 소변 검사와 혈액검사 결과, 그리고 나이, 성별, 신체 계측 정보를 활용하여 하루 소금 섭취량을 추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24시간 소변 수집 없이도 외래 진료 환경에서 환자의 소듐 섭취 수준을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 해외에서 개발된 예측식(Kawasaki, Tanaka, INTERSALT, Nerbass equations)보다 한국인 만성콩팥병 환자에게서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향후 저염식 교육과 피드백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한신장학회와 사회공헌위원회의 역할
이번 K-SALT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성과를 넘어,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 관리 실태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도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대한신장학회 사회공헌위원회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염식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천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저염식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
- 환자 및 일반인을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
- 지역사회 기반 저염식 캠페인 확대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와 일반인이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식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향후에는 디지털 헬스 기반 식이 모니터링 기술과 K-SALT 공식을 결합하여, 개인별 소듐 섭취를 보다 정밀하게 추적하고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반복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 환자의 식이 순응도를 높이고, 이를 임상적 결과와 연계하는 접근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된다면,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늦추고 심혈관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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