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수 /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2026년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본 요코하마 Pacifico Yokohama에서 열린 World Congress of Nephrology(WCN 2026)에 참석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신장학 전문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연구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이번 학회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신장학의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었다.
같은 질환이라도 국가와 의료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이 공존하고 있었고, 급성 및 만성콩팥병의 치료에서도 의료 자원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하나의 정답’이 아닌 상황에 맞는 해법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또한 신장학이 더 이상 콩팥이라는 단일 장기에 머무르지 않고, 대사·심혈관·노화·생활환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통합적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여러 세션에서 반복해서 강조되었다. 기초 연구와 임상, 실제 진료 현장이 빠르게 연결되면서 새로운 근거가 곧바로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학회가 개최된 요코하마는 바다를 끼고 발전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우리에게는 도시의 구조와 정서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으며,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특유의 분주함과 해변의 여유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부산으로 치면 해운대 센텀시티에 해당하는 미나토미라이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현대적인 고층 건물과 정비된 해안 산책로,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오래된 항구의 흔적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때마침 벚꽃이 피기 시작한 시기여서 공원과 거리 곳곳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다와 벚꽃, 그리고 현대적인 도시 경관이 어우러진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회 기간 중 들렸던 야마테(Yamate) 지역에는 개항 당시 외국인들이 거주하던 서양식 주택과 교회 건물들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어 요코하마의 도시 정체성을 잘 보여주었고, 일본에서 가장 큰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역시 인상적이었다. 거리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이 도시의 개방성과 다문화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학회가 열렸던 Pacifico Yokohama 인근은 바다와 공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아침에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저녁에는 붉게 물든 노을과 함께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만들어내는 야경이 인상적이었다.
학회 첫날 hands-on course에 참여했던 경험은 개인적으로 이번 학회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매우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작년 KSN에서 진행하는 hands-on course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높은 인기 때문에 등록에 실패한 뒤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WCN 2026에 hands-on course가 있다는 안내를 보고 용기를 내어 등록하였다. 투석 혈관 평가, 신장 조직검사, 초음파, bedside ultrasonography인 point-of-care ultrasonography(POCUS)를 통한 lung, heart, IVC 평가, 그리고 투석 도관삽입 등 실제 임상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술기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POCUS 세션에서는 영상 획득 기술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강조되었으며, 이는 향후 bedside에서 환자를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임상에서는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POCUS 기반 접근은 환자 상태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은 중환자 진료나 응급 상황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신장내과 영역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Instructor로 참여한 서울성모병원 박훈석 교수님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 강의를 들을 수 있었으며, Eduardo Argaiz 교수와 함께 POCUS를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 개인 과외 수준으로 초음파를 다뤄볼 수 있었다. 이후 병원에 돌아가 실제 임상 환경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첫날 plenary session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교토대학 Kazutoshi Mori 교수의 “Protein Quality Control and the Endoplasmic Reticulum”이었다. 이 강의에서는 세포 내 단백질접힘 과정과 endoplasmic reticulum stress response가 질환의 발생 및 진행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 특히 세포 수준에서의 미세한 변화가 결국 임상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초 연구의 축적이 새로운 치료 타깃을 발굴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
3월 29일과 30일은 학회의 핵심 프로그램이 집중된 기간으로, 매일 plenary session이 진행되며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들의 주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향후 임상 진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최신 연구들이 다수 소개되어, 현재 신장학의 흐름과 향후 치료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였던 IgA신병증 분야에서는 complement 억제제, 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 APRIL 억제제 등 다양한 기전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들이 소개되었으며, PROTECT, ALIGN, VISIONARY와 같은 주요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질병 진행 자체를 지연시키는 치료 전략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보존적 치료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질병의 병태생리를 직접 타깃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환자군을 세분화하여 치료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는 향후 individualized therapy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흐름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AI와 신장질환의 융합 역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다. AI in Kidney Care 세션에서는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 병리 영상 분석, 임상 데이터 통합 기술 등이 소개되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환 진행을 예측하고 치료 반응을 분석하는 접근은 기존의 경험 중심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precision medicine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나아가 데이터의 질과 표준화, 그리고 윤리적 문제 역시 함께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되었다.
학술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부대 행사는 이번 학회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그중에서도 “RUN at WCN 26”은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세계 콩팥의 날을 기념해 열린 5km 달리기였는데, 이른 아침 요코하마의 해안 산책로를 학회에 참석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함께 달리는 행사였다. 옆에서 함께 뛰던 참가자와 서로를 격려하면서 달린 경험은 학회장 안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조금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교류였다. 기록은 중도 포기와 42분 20초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고, 생각보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컨디션과 체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Young Nephrologist Quiz-a-Thon은 WCN 2026의 활기찬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Continental Asia, OSEA(Southeast Asia and Oceania), Europe-Africa, the Americas의 4개 글로벌 그룹이 참가하여 라이브 퀴즈 형식으로 경쟁을 펼치는, 마치 과거의 ‘가족오락관’을 연상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는 건양대학교 박요한 교수님과 함께 필자 중 박시형 교수가 참가하였다. Continental Asia 팀의 우승을 위해 나름 눈에 불을 켜고 노력을 했지만, 영어 해석 속도의 문제인지 자꾸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응원해 주신 교수님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그 아쉬움을 달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가의 젊은 신장학자들과 함께 경쟁하고 교류하는 경험 자체가 매우 의미 있었으며, 학문적 교류가 반드시 형식적인 세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대한신장학회에서도 우리나라 지역 대표들이 출전해서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RUN at WCN 26”이나 “Young Nephrologist Quiz-a-Thon”과 같은 부대 활동은 발표나 토론을 벗어나 학회 참가자들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동일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네트워킹 과정을 형성하며 향후 학문적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WCN 2027은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긴장 상황을 생각하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또 개최된다 해도 선뜻 참석할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며, 무엇보다 전쟁과 긴장이 조금씩이라도 가라앉고, 사람들이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서 내년 WCN 2027 Dubai가 무사히 진행되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대한신장학회 소식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