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안녕하세요, 대한신장학회 회원 여러분.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지종현입니다.
저는 2023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1년 2개월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위치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SD) Department of Bioengineering에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임상의로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다 보면 기존의 지식과 방법론에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최근 신장학은 multi-omics, bioengineering, digital health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 새로운 연구 접근법을 직접 경험해보고자 이번 연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수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새로운 연구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우는 기회였으며, 무엇보다 향후 제 연구 방향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연수 경험을 회원 여러분과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2. 연구 기관 소개 및 준비 과정
이번 연수는 UCSD의 Bioengineering Department 소속 Sheng Zhong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UCSD는 미국 내에서도 생명공학과 공학 기반 연구가 매우 활발한 기관으로, 특히 의료 데이터를 공학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실과의 인연은 기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extracellular vesicles 기반 biomarker 연구를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관련 논문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던 중 Zhong 교수 연구실이 fragmented extracellular RNA(exRNA)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진단 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직접 이메일을 통해 연구 관심 분야와 협업 가능성을 제안하였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첫 메일에 흔쾌히 답하여 주셨고, 온라인 미팅을 거쳐 연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Zhong lab의 가장 큰 특징은 dry lab과 wet lab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실험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computational biology 및 bioinformatics 기법으로 통합 분석하여 새로운 biological insight를 도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기존 임상 연구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며, 매우 인상적인 연구 환경이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genomic technology와 분석 도구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brain aging 분야를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비록 저의 전문 분야인 kidney disease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연구실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질환에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omics 기반 연구 방법론을 실험과 데이터 분석 양측에서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3. 연구 활동
연수 기간 동안 저는 exRNA를 이용한 biomarker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fragmented exRNA의 낮은 abundance로 인해 발생하는 detection sensitivity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multiplex qPCR assay 개발에 주력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PHGDH 유전자의 exon 3, 6, 10, 12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4-plex qPCR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동일한 fluorescence probe를 활용하여 신호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높은 민감도로 plasma 내 fragmented RNA를 검출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hypothesis-driven approach와 engineering mindset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 임상 연구에서는 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관성을 찾는 데 익숙했다면, 이곳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자체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새로운 biological phenomenon을 발견하기 위해 측정 기술과 도구를 직접 설계하는 접근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연구실은 Slack 기반의 소통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구 논의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매주 각 연구자가 자신의 실험 및 분석 결과를 정리하여 공유하면, 교수님과 연구원들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초 실험과 데이터 분석 모두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 매주 결과를 정리해 공유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dry lab의 Roberto와 wet lab의 Tianyang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협업 경험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연구 과정 전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visiting 연구자에게도 연구 자원과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연구 문화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나누고 발전시키는 분위기는 연구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저의 연구 시야를 한층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시는 “Applied Genomic Technologies” 강의를 한 학기 동안 청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관련 분야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연수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연구에 대한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How much you know about molecular science?”라는 질문을 던지시며, omics 분야는 그 기초에 대한 이해 없이 접근할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단순히 따라가는 데 그칠 수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동시에 임상의사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셨습니다. 즉,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는 연구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을 제시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의 방향을 제안하며, 실제 환자 데이터를 연결해 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연수는 omics 연구의 기초를 경험하는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임상의사로서 어떤 시각과 자세로 연구에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4. 샌디에고에서의 삶
샌디에고는 온화한 기후와 여유로운 생활 환경을 갖춘 도시로, 사람들 역시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이의 preschool과 UCSD 캠퍼스가 가까운 지역의 아파트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이곳은 한국 연수 가족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특히 같은 preschool을 다니거나 UCSD 병원에서 근무하는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현지 가족들과 교류할 수 있었고, 다양한 지역 행사와 가족 간 play date를 통해 현지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PI인 Sheng Zhong 교수님의 자녀가 저희 아이와 같은 preschool에 다니는 친구여서, 자연스럽게 교수님 가족과도 교류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교수님 댁에 초대를 받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preschool 행사에도 같이 참여하면서 연구실 밖에서도 편안하고 가까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연구 교류를 넘어 현지 생활에 보다 깊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연수 기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중심에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이 있었는데, 한국의 아파트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공간과 함께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주말마다 자연스럽게 이웃 간의 모임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이들의 생일 파티를 비롯해 Easter egg hunt, Halloween, Christmas와 같은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의과대학 후배이면서 UCSD 내과에서 근무하는 가족, 그리고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는 가족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연수가 끝난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이번 연수 기간 동안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샌디에고는 자연환경이 매우 아름다운 도시로,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바다나 공원을 찾는 것이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La Jolla 해변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넓은 공원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바쁜 임상 환경에서는 쉽게 누리기 어려운 여유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시간들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연구와 생활의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 역시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preschool에서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체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연수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시작된 생활이었지만, 지역 사회의 따뜻한 분위기와 이웃들의 배려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5. 맺음말
이번 UCSD 연수는 단순한 해외 경험을 넘어, 저의 연구 방향과 사고방식을 확장시키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공학적 접근을 기반으로 한 biomarker 개발 연구는 향후 신장학 분야에서도 충분한 적용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임상 연구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번 연수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 데이터와 bioengineering 기반 기술을 융합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보다 정밀한 진단 및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연수 기간 동안 의정사태로 한국에 계신 저희 병원 선생님들께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고, 미국 학회 기간에도 함께해 주신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대한신장학회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이러한 소중한 연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신장학 연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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