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대한신장학회 선생님들께 지면으로나마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2025년 12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당산성모내과'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 박준규입니다."
유난히 매서운 한파가 예고되었던 지난겨울, 개원을 준비하며 마주했던 차가운 바람은 저에게 두려움보다는 설렘, 그리고 묵직한 책임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며 신장내과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지던 시절, 창문 너머로 보이던 병원 밖의 풍경은 환자분들의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이제 대학병원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벗어나, 그 삶의 한가운데에서 환자분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주치의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건강한 동행, 당산성모내과“
저희 병원의 슬로건인 '동행(同行)'은 제가 신장내과 의사의 길을 선택하며 품었던 가장 오랜 화두이자,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약속입니다. 신장내과 의사는 환자의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투석 환자분들에게 병원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4시간씩 머물러야 하는 '제2의 집'과 다름없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환자분의 손자가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부터,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봤다는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며 삶의 많은 순간을 공유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천자의 통증과 엄격한 식이 조절, 그리고 사회적 고립감 속에서도 환자분들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 그 모든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동행'이라 생각합니다.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은 대학병원과는 너무나 다른 낯선 환경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마음으로 도면을 수십 번 고쳐가며 환자분들의 동선을 살폈습니다. 어둡고 갑갑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환기가 잘 되고 밝은 아늑한 공간에서 환자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쉬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대학병원 수준의 고효율 투석막과 최신 정수 시스템을 도입하고, '원칙은 같게, 처방은 다르게' 환자 개개인의 잔여 신기능과 심혈관 상태를 반영하여 투석처방과 약물처방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환자분들을 마주한 지난 시간 동안 제가 깨달은 것은, 결국 가장 중요한 치료제는 의료진의 따뜻한 눈맞춤과 경청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반복되는 투석 치료 속에서 나누는 잠깐의 대화가 환자분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다시 힘을 내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원이 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수치로 나타나는 검사 결과 뒤에 숨겨진 환자분의 고단한 일상을 읽어내고, 식이요법과 운동 관리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돕는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겠습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당산성모내과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때로는 거센 파도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학회와 선배님들께서 닦아 놓으신 훌륭한 가르침을 나침반 삼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교과서 속의 지식뿐만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 쌓아 오신 선배님들의 지혜와 경험을 겸허히 배우고 따르겠습니다.
이곳 당산동에 깊이 뿌리를 내려 20년, 30년 뒤에는 지역 사회의 커다란 나무 같은 병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환자분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지역 사회 신장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제 몫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저의 시작을 지켜봐 주시고, 많은 격려와 따끔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료실과 투석실을 지키시는 모든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선생님들의 가정과 병원에 평안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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