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의 김형래입니다. 저는 2023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만 2년간 미국 뉴욕시에 있는 Mount Sinai 병원에 해외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해외 생활은 처음이었던 저에게 미국 병원 실험실에서의 경험과 뉴욕에서의 삶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본 지면을 빌어 저의 경험을 회원 여러분들과 짧게나마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연수 준비 과정
저는 해외 연수를 결심한 이후 기초 실험 역량을 쌓고자 여러 연수 기관을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저의 은사님이신 연세대학교 한승혁 교수님과 상의하여 여러 연구자분들을 추천받았고, 그중 Mount Sinai의 Kyung Lee 교수님 연구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Kyung Lee 교수님은 John Cijiang He 교수님과 함께 공동 실험실을 운영하며 매년 2-3편의 우수한 동물 실험 기반 기초 연구 논문을 출판하고 계셨고, KSN에도 몇 차례 방문하여 강의하신 적도 있으셨습니다. 제가 연수를 준비하던 시기는 COVID-19 팬데믹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미국에서도 연구원을 구하기 어렵던 시기였기 때문에 제가 연수를 위해 연락을 드렸을 때 운 좋게도 흔쾌히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23년 9월부터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fellow) 신분으로 Mount Sinai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Mount Sinai 신장내과 실험실
Mount Sinai 병원은 뉴욕시 맨해튼섬 북쪽의 Upper East Side와 East Harlem 사이에 위치한 유서 깊은 유대계 병원으로 뉴욕시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입니다. 신장내과 기초 실험실은 본관인 Annenberg 빌딩의 2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Kyung Lee 교수님과 Cijiang He 교수님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실험실이 신장내과에서 가장 큰 실험실로, 제가 처음 합류했을 때는 조교수 2명, 박사후연구원 3명, 학생 2명, 테크니션 3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두 교수님이 연구비, 연구원, 연구 시설을 모두 공유하는 형태로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두 명의 boss를 모시고 일을 했습니다.
이 실험실의 주요 연구 분야는 HIV-associated nephropathy와 diabetic kidney disease에 대한 동물 실험 연구였습니다.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Lab meeting에는 항상 Dr. Weijia Zhang의 bioinformatics 팀이 함께하였고, 늘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GWAS 데이터를 이용한 특정 target 유전자 SNP의 발생 빈도와 신장병과의 연관 관계를 분석하였고, single cell transcriptomics 및 spatial transcriptomics 데이터를 이용한 신장 내 각 세포의 RNA 발현 양상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전임상 약물 데이터를 이용하여 약물들의 repositioning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논의들은 연구가 단순히 동물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동물 실험 결과 figure마다 놓치고 있는 오류는 없는지, 혹은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토론하는 과정이 늘 있었습니다. 저는 매주 lab meeting에 참가하면서 양질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에 대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좌충우돌 동물 실험
팀에 합류한 이후 저에게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연구원 공백으로 인해 마우스 라인만 유지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우선 충분한 개체 수를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동물 실험 경험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늘 연구원분들의 도움이 있어 왔기 때문에 수박 겉핥는 경험만 있던 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동물 실험 과정을 혼자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동물 실험은 예기치 못한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쥐에게 물리기도 다반사였고, 쥐가 사육통에서 뛰쳐나가 잡으려 허둥지둥하기도 했습니다. 채혈하거나 약을 먹이다가 죽고,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면 죽고, 몇 개월간 애지중지 키운 쥐가 폐사해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동물 실험은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연수 첫해가 끝날 때까지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Lab meeting에서 다른 동료들은 좋은 결과들을 계속 보여주는데, 저는 발표할 것이 없어 마음만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나 매일 동물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점차 동물 다루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5-6시간 동물실에 머물러야 끝나던 일이 1-2시간 만에 끝나고, 쉽지 않던 당뇨 유도도 거의 재현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지낸 동료들도 제가 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주었습니다. 결국 제가 처리한 약물이 HIV 동물 모델에서 의미 있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약물을 PKD 동물 모델에도 적용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Columbia 대학과 Duke 대학의 연구진들과 협업하여 분기마다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경험도 하였습니다. 또한 새롭게 도입한 유전자 조작 마우스에 당뇨를 유도하여 의미 있는 표현형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single nuclear RNA sequencing 데이터 확보를 위한 마우스 신장 샘플을 준비하고 core lab과 협업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연구가 논문 작성까지 마무리되지는 못하여 동료 연구원에게 인수인계하고 돌아온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거대 도시 뉴욕에서의 삶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하길 꿈꾸는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백 년이 훌쩍 넘은 고풍스러운 건물부터 유리 벽으로 된 초현대적인 건물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는 센트럴 파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주말에 시간 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곤 했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 돗자리를 깔고 잔디밭에 누워 높게 솟은 마천루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센트럴 파크가 우리 집 앞마당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즐길 거리도 풍성했습니다. 미국 특유의 기름진 햄버거와 스테이크는 물론 동남아, 중동, 유럽 식당들이 즐비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스포츠 경기와 뮤지컬도 관람할 수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뉴요커로서의 삶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즐기던 첫 몇 개월이 지나고, 통장에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병원에서 제공하는 직원용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어서 임대료를 많이 절약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한국에서의 주거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쌌습니다. 매달 주차료만 천 달러 가까이하는 맨해튼 내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었지만 낡고 더러웠고, 가끔 치안이 불안하다고 느꼈습니다. 마트에서 가격표를 비교하며 한참을 고민하고, 커피 한잔 사기도 부담스러운 생활이 계속되자 마음이 궁핍해졌습니다. 서툰 영어 때문에 어려운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우리 가족을 더 똘똘 뭉치게 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빠르게 적응하여 친구들과 잘 지냈고, 가끔 사 먹던 뉴욕식 치즈피자와 푸드 트럭의 할랄 음식들은 가족의 소박하지만 행복한 저녁 식사가 되어 주었습니다. 뉴욕에 살거나 비슷한 시기에 연수를 온 친구들에게도 감사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수를 모두 마치고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낯선 환경에서 잘 견뎌준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맺음말
제 연수 기간의 대부분에 걸쳐 한국에서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제가 훌륭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연수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지지해 주시고, 한국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공의 공백 기간을 묵묵히 버텨주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지면을 빌어 네 분의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귀국하여 업무에 복귀하고 정신없이 몇 개월을 지내다 보니 연수했던 2년의 시간이 긴 꿈과 같이 느껴집니다. 막 귀국하였을 때는 미국 실험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연구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국내에서 스스로 연구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또 다른 도전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실험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을 때마다 Kyung Lee 교수님께서 ‘No worries. This is science!’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본 연수기를 읽고 새롭게 연수를 준비하시는 모든 선생님께 큰 행운과 행복한 날이 함께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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