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한 / 임진한내과의원 원장
저는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임의 등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보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신장내과 의사로 근무하다 보니 만성콩팥병 환자의 잦은 입퇴원, 응급실 방문으로 예후가 안 좋고, 환자와 보호자도 지치고, 여기 저기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많이 느껴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을 꼼꼼이 챙기는 주치의가 되고자 개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개원 준비 시기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좌충우돌 힘들었지만 교수님들과 개원 선배님들의 관심과 도움에 힘입어 2017년 5월 저의 고향인 전북 군산시에 개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인공신장실 간호사 3명에 투석환자 몇 명으로 시작했던 병원은 5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한 번의 병원 확장을 하였고, 현재는 300여 평 크기의 넓은 공간에 외래와 인공신장실을 운영 중이며 투석기계 45대, 월 투석건수 1300여회, 직원도 16명으로 제법 몸집이 커졌습니다.
많은 원장님들이 겪으신 것과 같이 저 역시도 개원 준비 정신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병원 위치 및 교통, 주차장, 인테리어, 투석기계회사, 수탁업체, 의료폐기물업체, 광고, 직원구인, 면접, 개원자금마련 등등 처음 접하는 많은 일들과 사람들과 수많은 결정 속에서 저 역시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개원 전날 밤까지 미흡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고, 직원들과 함께 청소하면서 ‘과연 내일 개원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였으나, 무사히 개원하고 지금도 종종 그때를 추억하곤 합니다.
군산은 3차병원이 없기 때문에 근처 전북대학교병원이나 원광대학교병원과 협력하여 환자를 치료하여야 합니다. 비록 1차의원에서 환자를 보고 있지만, 항상 ‘과연 내가 3차 의료기관 의료진이였으면 어떻게 진료를 했을까’를 되새기며 진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친절도 중요하고, 시설도 중요하고, 마케팅도 중요하겠지만, 중증의 신장환자를 케어하려면 무엇보다도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몸이 평안 해야하기 때문에 ‘원칙대로 진료’, ‘꾸준한 진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환자들에게 가능한 신장이식을 받도록 안내해드리고, 여러 사정상 이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투석을 하면서 영양 상태 관리, 식이 운동 요법, 동반 질환 케어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혈액투석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나 트렌드를 반영한 진료를 하기 위해 학회 참여 및 최신 투석 용품 사용에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저희 병원에 들르는 환자 중 심장질환이나 당뇨, 폐렴, 근골격질환이 있는 경우 주치의로서 최선을 다해 돌봐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제 능력 밖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주위 동료 의사들이나 대학병원 교수님들께 환자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투석 환자는 유리잔과 같아서 자칫 작은 변화에도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일매일 꼼꼼하게 진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월수금 화목토 1년 내내 반복되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제 몸이 안 좋거나 피곤해도 환자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한 세션당 2번씩 회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관계없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년내내 쉼없이 병원에 나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밤낮으로 환자들의 불편사항을 들어주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지만 투석환자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투석이기에 신장내과 의사로써 소명이라 생각하며 진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10~15%의 환자들이 돌아가시는데, 환자가 돌아가시면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후회가 되지 않는지 항상 생각하게 됩니다. 한번은 매년 늘 하듯이 12월 30일에 투석 후 “내년에 뵙겠습니다!” 인사 드렸는데 투석 중 심정지가 생겨서 제가 심폐소생술 하고 대학병원까지 이송했던 환자가 안타깝게도 돌아가셨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1월 1일, 수간호사와 함께 그 환자 장례식장에 갔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환자가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평소에 성심껏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긴 날이었습니다.
오전 6시30분에 출근하여 인공신장실 진료를 보고, 낮 동안 외래환자 진료를 병행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쉼없이 바쁘게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의료진의 역량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학회 활동이나 지역의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래에서도 신장내과 전문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원장을 비롯해서 신장실 간호사 모두 함께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서로 묻고 공유하고 있으며, 전용 회의실에서 격주로 원장 및 여러 강사들과 컨퍼런스를 하고 있습니다.
학술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해서 항상 원칙에 따라 환자를 보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의학계 소식에 발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항상 찾아보고, 배우고, 공부하는 노력, 나를 낮추고 겸손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5년여 동안 개원의로써 짧은 소견으로는 개원은 입지와 시설, 실력, 환자 모두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 관계뿐만 아니라 직원과의 관계, 관련업체 사람들과의 관계, 의사들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 교류하고 발전하는 것을 느낍니다.
환자도 행복하고, 직원도 행복한 병원. 항상 그 기본을 바탕으로 군산 지역에서 신장내과 전문병원이라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병원 안팎의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정도를 걷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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