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이 지나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 바다와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을 그려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모두가 지친 지금에는 더욱 그렇다. 푸른 바다가 만들어주는 황홀한 해안 절경과 초록 숲 오솔길이 이어지는 섬길을 걷는 코스는 그중에서도 최고다. 인천 장봉도 갯티길, 창원 저도 비치로드, 목포 고하도 용오름길로 다 같이 출발이다.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푸른 하늘과 초록 숲이 빚어내는 장봉도 갯티길
장봉도(長峰島)는 이름 그대로 섬의 모양이 길고 봉우리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의 삼목선착장에서 여객선으로 40분이 걸리는 곳으로 연간 35만 명이 방문하는 트래킹 명소로 유명한 섬이다. ‘갯티’란 썰물 시 드러나는 갯벌 사이의 섬 둘레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장봉도 갯티길은 해안 절벽 위를 걷는 ‘장봉해안길’과 능선을 따라 걷는 ‘하늘나들길’ 등 7개 코스로 구성되어있다.
첫배인 7시 10분 장봉도행 여객선 주변으로 새우깡에 익숙한 몸짓을 보이는 갈매기들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를 반겨준다. 신도를 거쳐 장봉도 선착장에 도착 후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이동한다. 해안길 입구부터 깎아지른 듯한 가파른 언덕에 걱정되지만 여유를 가지고 출발한다. 조금씩 오를 때마다 멀리 보이는 멋진 바다 풍광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살며시 연보랏빛 얼굴을 내밀은 각시붓꽃들도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확 트인 바다가 보이는 윤옥골 해변을 지나 본격적인 해안 절벽 위의 둘레길의 시작점이다. 바다 건너 두 섬이 구름 사이에 신비하게 숨어서 우리를 오라고 손짓한다. 길가에 지층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바위 모양이 마치 책 같기도 하고 나무의 나이테 같기도 하다. 첫 번째 전망대에 다다르니 정말 멋진 해안 비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낙조가 아름다운 가막머리 전망대에 도착해서 추억의 증거를 남기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제부터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광이 초록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하늘나들길이다. 오솔길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진달래와 함께 푸른 소나무들이 호위를 선다. 푸른 하늘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더니 우리가 걸었던 해안길과 여러 섬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멋진 수묵화 한 점이 만들어진다. 소나무의 호위를 벗어나자 연초록의 어린잎들이 해님의 사랑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 숲길이 이어진다. 높이 솟은 금빛 바위에 올라서서 맘껏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 속에 담아본다.
천천히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마을길로 향한다. 마을에 들어서니 언덕 한편에 과수나무꽃이 만개하여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준다. 버스 종점 가게에서 시원한 맥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모두 날려버린다. 소박한 정원에 핀 할미꽃을 감상하며 4시간, 6.5km의 오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전망대의 해안 절경과 초록 숲길에 붉은 콰이강의 다리가 어우러진 비치로드
창원에 있는 저도(猪島)는 이름 그대로 섬의 지형이 돼지가 누워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저도의 비치로드는 수려한 바다와 숲의 경관을 배경으로 걸을 수 있는 해안길과 능선길로 구성된 아름다운 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2017년 ‘9월 걷기여행길 10선’에 선정되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저도로 넘어가는 연육교를 건너 고요한 아침이 열리고 있는 어촌마을에 다다른다. 비치로드의 시작점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소나무들이 호위해 주는 오솔길을 따라 제1전망대로 향한다. 바다로부터 솔솔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새들의 소리가 어우러져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길가에는 초록 풀잎들 사이로 하얀 까치수염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늘어서 있다. 언덕 한편 공터에는 하얀 개망초 군락이 초록 나무들을 배경으로 멋진 풍광을 만들어준다. 가까이 보면 동전보다 작은 계란후라이 꽃들이 모여서 이룬 기적이다.
첫 번째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 탁 트인 바다와 함께 바다 건너 거제와 고성이 바라보인다. 흐린 날씨에 푸른 하늘이 없어 아쉽지만 바다를 바라다보는 느낌만으로도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해안데크길이 시작되는 제2전망대다. 기암괴석의 바위에는 거친 파도를 맞으며 지내온 세월의 흔적들이 온전히 남아있다. 해안데크길을 걷고 있는데 길 위로 무언가가 톡톡 튀어다닌다. 아마도 꼽등이들이 숲에서 나들이 온 모양이다. 제3전망대에서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붉은 나무데크와 초록 숲, 파란 바다와 흰 구름이 조화를 이뤄 멋진 사진 작품을 만들어준다.
한적한 산길을 따라 걷다가 중간중간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구경길로 내려가면 된다. 제2바다구경길을 선택해서 내려가 보니 짙은 바다 내음과 함께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린다. 당장이라도 물장구치며 놀고 싶은 아담한 모래사장을 추억 속에 남기고 정상가는 길로 향한다.
정상가는 사거리 갈림길에서 하포길로 가는 산능성으로 방향을 튼다. 바위 위에 이끼들이 예쁜 미술작품을 만들었는데 둘이서 뽀뽀하는 듯한 재미난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길에도 소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서 햇빛이 들지 않는 숲 터널로 이어진다.
출발점에 돌아와서 차를 타고 일명 저도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연륙교로 향한다. 푸른 바다 위에 붉은 철교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입구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 조형물에는 다녀간 연인들의 사랑 약속을 간직한 자물쇠들이 가득하다. 다리 입구에서 덧신을 신고 천천히 걸으며 바다 풍경을 감상한다.
다리 중간에는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리 바닥이다. 그저 신기한 듯 아이들이 유리 위에 엎드려 장난을 친다.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 3시간, 6.5km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찬란한 충무공 역사 유적과 아름다운 해안 절경이 이어지는 고하도 용오름길
“목포” 하면 떠오르는 유달산 앞바다에 용의 형상을 하고 떠 있는 고하도는 용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하도 복지회관 주차장에서 용머리까지 2.8km를 왕복하는 용오름길은 멋진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는 해안데크와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지는 코스로 해상케이블카와 함께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하도로 연결해주는 목포대교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해서 이충무공 유적지로 향한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머물면서 수군진성을 쌓고 전력을 가다듬었던 곳으로 역사적으로도 뜻깊은 유적이다. 고하도 선착장 입구에 들어서니 S자형 물길이 그려진 개펄 뒤로 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유적지를 둘러보고 넘어오니 본격적인 용오름길의 출발점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우리를 부른다. 숲 속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순차적으로 주변의 멋진 풍광이 보이면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다. 말바우 정상에 오르니 뭉게구름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목포 앞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멋진 작품으로 다가선다. 커다란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분재 같은 작은 소나무가 신기하면서도 대견하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 보이던 신비한 모양의 전망대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영화에서 보았던 움직이는 성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의 전망대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이순신 장군이 전투에 사용한 판옥선을 여러 개 겹쳐서 만든 디자인이다.
전망대 옆으로 용오름길의 하이라이트인 해안데크길로 내려가는 계단은 절벽을 따라 매우 가파르다. 쉬지 않고 계단을 내려와서 바라보이는 끝없는 해안데크와 목포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다를 건너는 빨간 해상케이블카와 초록 유달산의 풍경 또한 정말 아름답다. 해안 기암괴석 사이로 누군가 심어놓은 듯한 예쁜 야생화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해안데크에서 목포대교를 지나 유달산의 멋진 모습까지 파노라마 사진으로 남기고 이순신 장군 포토존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늠름한 장군상을 주인공으로 인증사진을 찍고 용머리 종착점에서 용의 승천 형상을 한 조각상과 함께 반환점 도착을 자축한다.
숲길로 올라가서 중간중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 풍광을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초록 잎으로 우거진 조용한 숲길에 어디선가 바지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누가 소리를 내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붉은색의 작은 게가 부동자세로 길가에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이런 숲길에 게라니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휴대폰을 조회해 보니 도둑게란다. 이 게들이 부엌에 몰래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먹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금 지나니 큰덕골저수지가 있고 마지막 숲길로 합쳐져서 출발점으로 무사히 도착한다. 6km, 3시간여의 섬 일주를 마치고 삼학도 포장마차에서 맛있는 식사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장봉도는 어르신이나 어린이와 간다면 자가용을 싣고 들어가서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걷는 것도 좋다. 저도 비치로드는 1코스 3.7km에서 3코스 6.35km까지 다양해서 사정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고하도를 어르신이나 어린이와 함께한다면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 승강장에 내려서 전망대와 해안데크를 걷는 짧은 코스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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