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과 눈은 구조적, 발생학적, 생리학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을 공유한다. 예를 들면 사구체와 맥락막은 복잡한 혈관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조직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고, 망막 내층과 사구체 여과장벽은 발생학적인 유사성을 갖고 있다. 더불어 눈과 신장 모두 renin-angiotensin-aldosterone 호르몬에 의한 신호전달 체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이전부터 신장질환과 여러 안질환과의 역학적 연관성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연구마다 결과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에게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및 녹내장과 같은 만성 안질환의 유병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중 녹내장은 전 세계적으로 비가역적인 시력상실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질환 중의 하나이다. 최근 그 유병률이 증가하여 2040년에는 1억 1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환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내장이라는 용어는 시신경병증으로 인하여 특징적인 시신경의 형태학적 변화와 그에 따른 시야 결손의 기능적 변화를 보이는 질환들을 총칭하여 일컫는 용어로, 단일 양상을 보이는 질환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임상소견과 병리조직학적 소견을 보이는 질환들로 이루어진 장애군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림 1).
안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위험요인들이 작용하여 발생하는데, 안압은 녹내장 발병과 관련이 있는 여러 위험요인들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위험요인이며, 현재로서는 안압을 조절하는 것이 녹내장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2016년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낮은 사구체여과율과 원발개방각녹내장의 유병률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특히 이러한 상관관계는 연령, 성별, HDL 수치, 혈중 포도당 수치, 혈압, 안압과 같은 다양한 혼란변수들에 의한 영향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45ml/min/1.73mm2보다 낮은 경우 녹내장 발병 위험은 약 2.88배 올라갔다.
만성 신장질환과 녹내장 사이의 연관관계를 설명하는 기전으로는 renin-angiotensin 축의 기능장애 및 신기능 저하에 의한 죽상경화증의 가속화와 산화성 스트레스의 축적이 녹내장 발병에 기여했을 가능성 등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녹내장 치료의 기본 원칙은 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먼저 약물요법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기전의 녹내장 점안제들이 사용되고 있고, 현재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약물들이 연구 중에 있다.
녹내장 점안제가 안압을 하강시키는 기전은 약제에 따라 다르다. 베타차단제, 알파차단제, 탄산탈수효소억제제는 방수 생성을 억제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종류인 프로스타글란딘제제의 녹내장 점안제는 방수의 유출을 증가시켜 안압을 하강시킨다. 만성 신질환 환자들에서는 점안 약물의 배설이 저하되어 체내에 약물이 축적되고 이로 인한 전신적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약물 부작용 발생 여부에 대한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로 목표 압에 도달할 수 없을 경우 레이저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레이저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 수술적 요법을 시행하게 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수술은 섬유주 절제술과 아메드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이다. 그러나 녹내장 수술은 모든 환자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또 처음에 성공 하였어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환자와의 충분한 상담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녹내장에 의한 시신경손상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이미 발생한 시야 결손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치료의 목적은 환자의 시기능을 최대한 보존함으로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초기 또는 중기의 손상을 가진 녹내장 환자들은 시기능과 삶의 질을 잘 유지할 수 있지만 진행된 경우에는 삶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되므로 적절한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특히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은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저하를 겪을 확률이 보다 더 높을 수 있으므로, 임상의들이 이를 인지하고 안과적 증상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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