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을 하늘과 함께 활동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시기인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의 유명한 수목원에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산인해다. 포천 국립수목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파주 벽초지수목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나들이하기에도 좋은 수목원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과 푸른 전나무 숲이 아름다운 국립수목원 단풍길

광릉(光陵)은 조선 제7대 왕인 세조와 정희왕후 윤 씨의 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이다. 광릉과 인접한 국립수목원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광릉숲 보전대책의 성과 있는 추진을 위하여 신설된 국내 최고의 산림 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 산림 생물종에 대한 연구와 보전, 희귀 특산식물의 보전과 복원, 산림 생물종과 숲, 산림문화 등을 소재로 한 교육 서비스 등의 임무를 하고 있다.
장맛비 같은 가을비가 연일 내려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출발과 함께 다행히 해님이 반겨준다. 도착해서 예약 확인을 하고 입구로 들어서니 붉게 물든 단풍길이 우리의 발길을 이끈다. 어르신 한 분이 곱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작품 사진을 만드시느라 열중이다. 수생식물원으로 들어서니 호수 위의 식물들이 수면에 비친 구름과 어우러져 갈대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하다.
화목원 길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가을바람에 낙엽을 뿌리며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관목원으로 들어서니 언덕 위의 나무들이 우리를 오라고 손짓한다. 나무 계단을 한 걸음씩 옮겨 동산 위 전망대에 오르니 한 폭의 멋진 풍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난대식물 온실에 들어서니 화려한 색감의 보랏빛 꽃들과 사뿐히 나비가 내려앉은 하얀 꽃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소리정원에서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어우러진 졸졸 개울물 소리와 솔솔 부는 바람 소리를 감상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산토끼, 뱀, 애기족제비, 참새발, 왕지네, 과연 이들이 무엇일까? 양치식물원에 있는 다양한 고사리들의 이름이다. 희귀식물 보존원에는 백두산이나 한라산, 울릉도에만 있는 희귀식물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초록 모자를 눌러 쓴 쭉쭉 뻗은 키다리 나무들과 사이사이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만들어준 단풍 수채화를 감상하며 숲길 여행을 시작한다. 전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수목원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에 건강한 숲향기가 더해져 마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푸른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들은 전나무 뒤에 몸을 숨기며 숨바꼭질을 하잔다. 육림호 호수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다 붉게 물든 호수면 위에 가을 하늘이 만들어낸 환상의 작품을 넋 놓고 바라본다. 호수길 끝에는 기념식수로 심어졌던 웅장한 은행나무 한그루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모델이 되어준다. 넓은 광장에는 나들이 온 아이들이 낙엽을 밟고 뛰놀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무 밑에서는 가지런히 늘어선 노란 가방들이 주인이 오길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나무 데크로 잘 만들어진 숲생태관찰로 중간에는 지난 태풍의 피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여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아담하게 꾸며놓은 어린이 정원을 둘러보고 3시간여의 일정을 마감한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 시장을 반찬 삼아 잘 차려진 광릉 돌솥밥으로 천고마비의 계절을 만끽해 본다.
우아하고 세련된 정원의 가을 정취와 함께하는 아침고요수목원 단풍길

‘아침고요수목원’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국정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설립자 부부가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고자 만든 곳이다.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수목원 안에는 희귀한 야생화를 비롯한 총 5,000여 가지 식물을 22개의 아름다운 주제정원 안에 가꾸어 놓았다. 수목원의 분위기가 마치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연상케 하는 이곳에서는 계절별로 많은 축제와 전시회가 열린다.
도심의 가로수들이 색동옷으로 갈아입는가 했더니, 어느새 낙엽비로 변해 우수수 떨어진다. 새롭게 깔린 운치 있는 낙엽 양탄자를 밟고 지나가다 보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하지만 좋은 날씨 탓에 어느 곳을 가도 구름떼처럼 인파가 몰려들 생각을 하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한다.
삭막한 고속도로 방음벽에 기어오른 담쟁이넝쿨들이 붉게 물들면서 한 폭의 수채화가 되었고, 도심을 벗어나자 경춘고속도로를 따라 멀리 보이는 산들이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었다. 정시에 도착해 조용한 수목원을 만끽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도착해 고요한 수목원에 이미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수목원으로 들어서 먼저 정겨운 초가집이 예쁘게 물든 가을 단풍과 어우러진 고향집 정원을 지나 푸르름을 자랑하는 침엽수 정원으로 향한다. 개울을 따라 내려가 보니 작은 폭포와 함께 풍광이 아름다워 선녀가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선녀탕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선녀 대신 떨어진 나뭇잎들이 선녀탕에서 유유자적 한가로이 물놀이를 즐긴다. 하늘정원 뒤로 멀리 하얀 첨탑의 숲속에 작은 교회가 보인다. 아침고요산책길로 이어진 빽빽한 잣나무 사이의 오솔길에서 삼림욕을 즐기니 안식과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한국정원에는 구절초 . 쑥부쟁이 . 개미취로 분류되는 들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아무리 봄이 꽃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가을 국화의 우아함과 세련됨은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잠시 휴식 삼아 전통찻집에서 산수유차와 산머루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며 여유도 즐겨본다. 찻집 앞의 서화연 연못은 정자와 함께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뽐내며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물 위에 비친 형형색색의 가을 풍경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다. 입구 쪽에 다다르니 축축 늘어지는 나무들로 만들어진 능수정원이다. 수양 단풍나무의 제각각 조금씩 다른 단풍색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온다.
분재정원의 화분 속에는 또 다른 작지만 색다른 세계가 녹아 있고, 무궁화동산의 계단으로는 단풍 폭포가 흐르고 있다. 이곳저곳 정원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감상하면서 3시간의 단풍 나들이를 마감한다.
오색의 국화 향연 속에 아름다운 연못과 공원으로 꾸며진 벽초지수목원길

벽초지(碧草池) 문화수목원은 한국정원의 미와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어우르는 공간을 만들고자 9년간의 노력 끝에 2005년에 개원됐다. 지금은 수많은 드라마와 광고가 이곳에서 촬영될 만큼 인기 장소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관과 도자기 체험 등의 문화 테마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차창 너머 저 멀리 높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이 서로서로 경쟁하듯 가을 자태를 뽐낸다. 시골길로 접어드니 노랗게 익은 벼가 장관인 황금벌판이 나타나 우리를 가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수목원에 들어서는 순간 형형색색의 오색찬란한 국화와 푸른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광이 펼쳐진다. 예쁜 국화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 작품을 만드느라 다들 정신없이 분주하다. 천천히 둘러보니 별, 나비, 말 등의 모양에서부터 파리의 에펠탑 모양까지 다양한 국화 조각상들이 서 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하얀 꽃잎의 구절초를 비롯해 이름 모를 다양한 국화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동글동글한 공 모양의 국화, 꽃잎이 사방으로 뻗쳐나가며 강렬한 태양을 연상시키는 국화, 마치 활짝 웃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큰 국화까지, 이렇게 다양한 국화가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고요한 단풍길을 지나 벽초지 연못에 있는 파련정으로 향한다. 연못 너머 습지원에 늘어선 갈대와 나룻배가 만들어준 가을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특히 연못에 비친 나룻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저절로 시상이 떠오른다. 연못을 가로지르며 수련길을 걸으니 몇 송이 남지 않은 가련한 연꽃과 문어발처럼 뻗어나가는 줄기, 둥근 대접 모양의 잎들이 우리를 반긴다. 다온길 옆 잔디광장에는 소풍을 온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정문을 지나자 분수대와 다양한 조각상들이 어우러진 유럽식 조각정원이다. 양쪽으로 늘어선 조각상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 발자국씩 천천히 전진하니 고대 그리스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중앙분수대를 배경 삼아 추억의 사진을 담고 자연체험학습장으로 향한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작고 예쁜 도자기 작품들을 바라보며, 만들기 체험을 하며 좋아했을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떠올려본다.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물방울가든, 체스가든, 음표가든, 허브가든을 차례로 둘러본다. 커다란 둥근 돌이 물의 힘으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모습에 모두들 신기해한다. 유럽정원의 끝을 알려주는 은빛 자작나무들의 고고한 모습을 뒤로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그린하우스에 들어선다.
수목원 입구에 늘어선 은행나무들은 햇살을 받은 순서대로 양지에서부터 순서대로 물들어간다. 신비하게 나뭇잎 자체에서도 안에서 밖으로 조금씩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자태가 정말 아름답다. 자연과 사람이 만든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3시간여의 수목원 나들이를 마감한다.
여행 TIP. 국립수목원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사전 예약한 차량만 주차할 수 있고, 식물교실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휴일에는 교통혼잡을 피해 가능한 개장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고, 막국수나 닭갈비 맛집에서 식사는 가을 여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준다. 벽초지수목원은 토분 페인팅 후 식물 심기 등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이 있고 카페나 식당에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나들이에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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