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상징하는 하얀 눈꽃과 함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그리며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상상하면 활기찬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겨울 동장군의 매서운 기세에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펼치고 아름다운 자연에 눈과 얼음이 가미해져 만들어진 신비한 겨울왕국으로 출발이다. 겨울왕국 여행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한탄강 얼음길, 한라산 사라오름, 오대산 천년의 숲길로 여행을 떠나본다.

아름다운 주상절리와 얼음꽃이 만개한 겨울 여행! 한탄강 얼음길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2013년부터 매년 1월에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 일원에서 추위로 얼어붙은 강을 따라 걸으면서 주변의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겨울 대표축제다. 한탄(漢灘)은 ‘한여울’ 큰 여울을 뜻하는 말로 우리나라 그 어느 강보다도 풍광이 수려하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개장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시골의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니 하나 둘 축제 깃발들이 나타나 우리를 반긴다. 얼음길을 걸을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서 순환버스를 타고 출발지인 태봉대교로 향한다.
겨울 날씨답지 않은 따뜻함으로 얼음이 얼지 않아서 얼음을 대신하여 한탄강 위에 설치된 부교를 산책로 삼아 트레킹을 시작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이는 부교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모두 행복이 가득하다. 멀미가 날 듯 흔들림이 너무 심하다는 어르신에서부터 이런 흔들림에 흥미를 느껴 더욱 신나고 힘차게 걸어가는 어린이들까지 다양하다. 부교에서 내려 강가의 길을 따라 걷다가 바위 위에 하얗게 핀 얼음꽃들에 시선이 사로잡힌다. 나무의 상고대처럼 바위 위 이끼에 밤새 서리가 내려 만들어진 절경이다.
다시 부교를 따라 걸으니 이곳의 아름다운 지형인 주상절리 바위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국내 유일의 화산강인 한탄강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한 바위들과 한적한 겨울 풍광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준다. 이곳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커다란 바위를 따라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눈앞에 널따란 바위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름도 마당바위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휴식처로 제공된다. 산길을 따라 오르니 저 멀리 강 건너로 하얀 눈 세상의 축제장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선다.
축제장 건너편 강가에 눈꽃과 얼음꽃이 활짝 핀 겨울왕국에는 하얀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다. 강을 건너는 터널에 들어서니 반짝이는 고드름들이 종유석처럼 매달려 있어 신비한 동굴에 온 느낌이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신기한 듯 바닥에 떨어진 고드름을 주워 서로 자랑하며 기쁜 표정이다. 축제장의 커다란 조각상 앞에 저마다 올해의 소원을 적어 매달며 소원을 빌어본다. 언덕으로 오르니 강 건너로 보이는 절벽의 나무들과 바위, 사이사이로 하얀 눈과 얼음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준다. 종착지에서 이곳 오대쌀로 만든 컵떡국을 맛있게 먹으며 2시간여 만보걷기를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설경을 간직한 하늘과 맞닿은 진정한 산정호수! 사라오름
해발 1,338m의 높은 곳에 있는 사라오름은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오름(기생화산)이다. 분화구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 둘레 약 250m의 진정한 산정호수로 명승 제83호로 지정된 곳이다. 불교적으로 ‘깨달음’과 ‘알고 있다’를 의미하는 ‘사라’는 사라오름이 신성한 산이나 지역임을 나타낸다. 겨울철 영하의 기온에서 수증기가 나무에 얼어붙은 상고대와 눈 덮인 하얀 호수 면이 절경인 하늘과 맞닿은 하늘호수다.

성판악 코스의 시작점인 매표소로 향하는 동안 안개가 너무 심해 비상등을 켜고 운전하여 힘겹게 도착한다. 도착하니 신기하게도 안개도 걷히고 빗방울도 가늘어진다. 정확한 일기예보에 감탄하며 부푼 마음으로 눈길 산행을 시작한다. 돌길이었던 등산길은 뽀드득 발소리가 정겨운 눈길이 되어 우리 부부를 반겨준다. 일부 구간은 어제 내린 비와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길도 빙판길도 아닌 ‘빙수길’이 되어 고민거리를 하나 더 늘린다. 다행히 많은 선구자들이 만들어 놓은 발자국들이 우리의 걱정을 덜어준다.

하얀 눈 세상으로 바뀐 한겨울에 독야청청 푸른 잎을 자랑하며 사는 굴거리 나무들이 인상 깊다. 따뜻한 지역에 살았던 활엽수가 1,200m 넘는 고산지대에 적응해 사는 것이 신비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여기저기 노루 발자국들과 까마귀 발자국들이 눈에 띈다.

세계지도 같은 개울가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 잠시 걸음을 멈춘다. 속밭에 다다르자 쭉쭉 하늘로 뻗은 푸른 나무들 위에 눈이 쌓여 만들어진 천연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일렬로 서 있다. 삼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맑았던 날씨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이다. 삼나무에 쌓였던 눈들이 살며시 녹아내려 피톤치드가 풍부한 나무비를 뿌린다. 처음으로 맞아보는 피톤치드 비에 감격하고 있는데 가끔씩 하얀 눈폭탄도 떨어져 긴장감을 더한다.

속밭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르고 수많은 나무계단이 보이는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눈으로 덮여 계단은 보이지 않고 눈 쌓인 언덕길이 되어 우리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계단을 모두 오르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다가선다. 사라오름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여러 장 남기고 한라산 정상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 정상은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솟아있다. 구상나무 군락지 너머로 피어나는 구름 풍광은 정말 말문을 막히게 한다. 사라오름의 아름다움을 실컷 감상하고 내려와 6시간, 13km의 눈과 함께한 여정을 마무리한다.
천년의 세월 속에 건강한 숲 기운이 가득한 오대산 천년의 숲길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의 천년의 숲길은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숲길로 평균 수령이 80년이 넘는 전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명품 숲길이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했던 이곳을 산신령이 나옹선사에게 공양을 못한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9 그루에게 절을 지키게 했는데 그 세월이 천년이 넘게 흘러 천년의 숲이라 부른다고 한다. 숲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1년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했다.

주변 세상이 하얗게 변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목적지인 진부로 가까워지니 온도계는 1도씩 내려가 영하 14도까지 다다른다. 월정사에 도착해서 방한준비를 철저히 하고 올라온 도로를 거슬러 출발지인 일주문으로 향한다. 떠오르는 태양 빛에 반사된 얼어붙은 상고대의 모습이 아름답고 화려하다. 개울가 갈대밭은 금빛 물결이 출렁이고 가로수 나무들은 은빛 물결로 출렁인다.

길가에 누군가 소원을 빌며 쌓아놓은 돌탑들도 하얀 눈을 헤치고 나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600년의 전나무가 태풍으로 40m 넘는 몸체가 꺾이고 남은 밑동은 어른 2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쓰러져서도 이곳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볼거리와 함께 사진 모델로서 충실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월정사에 들러 상징인 팔각구층석탑을 사진에 담고 천천히 절을 한 바퀴 돌아본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거쳐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까지 가는 천년의 길이 복원되어 선재길로 불린다. 겨울산행으로 눈이 많이 쌓이고 감기도 심해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차로 대신한다. 비포장도로인 흙길이 얼어붙어 평평하고 미끄러질 듯 반질반질하다. 계곡의 맑은 물은 그대로 얼어붙어 물 흐르듯 물결무늬를 이룬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주변 세상이 얼어버린 느낌이다.

상원사로 향하는 길 입구에 버섯모양의 돌기둥이 귀엽게 서 있다. 관대걸이라 하여 조선 초 세조 임금이 이곳에서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곳이란다. 상원사에 들어서니 맑은 거울 탁자 표면으로 천장의 부처상이 비추어 보여서 그저 신기하다. 상원사를 나와 산비탈에 5층 구조로 멋지게 지어진 중대사자암을 지나 수많은 검정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계단을 오르니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기분이다. 드디어 푸른 하늘 위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3시간여의 걷기를 마치고 20가지 이상의 반찬으로 차려진 산채정식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한탄강 축제 기단 동안 주차장이 붐비므로 특히 주말에는 개장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한라산 사라오름 등반은 예약이 필요하며 시간을 고려하여 입산 시각을 통제하므로 늦지 않게 출발해야 한다. 오대산 코스에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동반자에 따라 차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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