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수 교수 / KOICA 우즈벡 국립아동병원 역량강화사업단장, 국제소아신장학회(IPNA) Honorary Member
안요한 조교수 /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장분과 조교수
하일수 교수는 소아과를 전공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의과대학에서 교육활동을 하며 후학 양성을 위해 힘써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과 전공의로 시작해, 서울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장분과 교수, 대한소아신장학회 회장 등을 거쳐 현재는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의료진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과 외래진료를 겸하고 있다.
그의 제자인 안요한 교수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 대한 하일수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1. 안요한 조교수
안녕하세요, 선생님.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 중인 안요한입니다. 퇴임하신 이후에도 여러 일들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퇴임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A1. 하일수 교수
재직 중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병원이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의 책임을 맡았는데 퇴임 즈음이 되어서 코로나 범유행으로 사업이 거의 중단되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퇴임 후에도 사업을 계속 이끌어 달라는 병원의 요청이 있었고 다른 일과 겸직하기도 쉽지 않아 퇴임 후 이 사업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83분의 헌신적 참여와 도움으로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제주대병원에 근무하는 후배가 장기연수를 가게 되어 한달에 두 번 외래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Q2. 안요한 조교수
많은 소아청소년 만성신질환 및 투석 환자를 진료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아신장분과를 하시게 된 계기와 소아청소년 투석 환자 진료를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요?
A2. 하일수 교수
사실 저는 처음에 가정사와 연관하여 혈액종양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뜻하지 않게 신장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몇 년간 잠시 도망(?)을 간 적도 있었지만 배신자를 용서하고 다시 불러 주시는 스승을 거스를 수 없어서 그때부터는 줄곧 소아신장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소아 콩팥 환자를 돌보면서 그중 특히 RRT의 닫힌 고리 안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아 ESKD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소아 연령에서 발생하는 CKD 환자의 경우에 RRT 시작 시기와 취학, 자아 확립기, 대학 진학, 취업과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시기 하나 하나의 전후 관계가 환자의 인생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침을 실감하였습니다. 그래서 소아 CKD의 진행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어서 RRT 시작 시기를 단 1년이라도 더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찾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또 환자의 맑고 순수한 눈을 보며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어 열심히 찾아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예를 들어 수명, 질병, 직업, 결혼, 자녀 등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인연과 섭리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를 이끌어 좋은 인연의 고리를 만들어 주신 스승님께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Q3. 안요한 조교수
소아청소년 투석 환자를 진료하시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A3. 하일수 교수
온갖 어려움을 다 견디며 투석을 받고 자란 어린이가 우여곡절 끝에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늠름한 사회인으로 가정과 사회에 기여하며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한 소년은 이제 결혼하여 건강한 자녀를 낳아 다정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SNS에 올려 주고 있습니다. 정말 인간승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학회에서 이런 분들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Q4. 안요한 조교수
선생님께서 진료하셨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지금도 선생님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후배들로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진심 어린 태도를 존경하고 배우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런지요?
A4. 하일수 교수
제가 다른 의사보다 특별히 잘 한 것은 없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진료를 받으며 정이 든 환자와 보호자들이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재직하면서 간혹 환자로부터 불평을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정말 싫으면 다른 의사에게 갈 터인데 불평하면서도 찾아오는 마음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우리 진료의 현실에서 정말 오기 싫은데 그럼에도 다른 의사에게 갈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가끔 우리 애가 CKD라면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잘 보살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저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모두 성인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Q5. 안요한 조교수
소아청소년 투석 환자들을 위해 진료 체계 및 제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그러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요?
A5. 하일수 교수
자동 복막투석 급여화는 이루었지만 소아투석수가 현실화나 지역 소아 콩팥 센터 설립의 꿈은 능력이 부족하여 이루지 못했습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매우 적은 소아 투석 환자 수와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복수의 전문 의사와 간호사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전국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역 어린이병원들이 복수의 의과대학과 협력 또는 겸직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현명한 후배 회원들께서 제가 못다한 꿈을 이루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Q6. 안요한 조교수
선생님의 뒤를 이어 소아청소년 신장분과 전문의를 꿈꾸고 있을 젊은 소아청소년과 선생님들께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6. 하일수 교수
젊었을 때 생각보다 인생이 아주 짧은 것 같습니다. 또 공부도 연구도 가정생활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모두 다 잘 하기는 쉽지 않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균형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Global한 안목으로 넓게, 멀리 보며 살되 가족과 주위 사람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도 놓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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