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혁 /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장내과
2024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Dr. Etienne Macedo의 연구실에서 연수를 진행하였습니다. 항상 KSN NEWS의 해외 연수기를 읽으며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곤 했는데, 이제는 직접 연수를 마치고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전에 ASN과 AKI & CRRT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샌디에이고를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경험한 1년 내내 온화한 날씨와 좋은 교육 환경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연수를 가게 된다면 이곳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4년 APAC를 준비하면서 AKI와 CRRT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신 Dr. Ravindra Mehta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부산대학교병원의 이하린 교수님께서 이전에 Ravindra 교수님의 연구실에 연수를 다녀오신 경험이 있었고, 교수님의 소개 덕분에 Ravindra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Ravindra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리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Ravindra 교수님께서는 은퇴하셔서, 저는 그의 제자인 Etienne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연수를 시작하기 6개월 전, 동국대학교일산병원의 박재윤 교수님께서 같은 연구실에서 연수를 시작하셨기에 저는 준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수가 확정되었지만 DS-2019와 관련된 행정 절차가 지연되어 걱정이 많았던 시기에도 박재윤 교수님께서 함께 고민해 주셨고, 연수 기간 동안에도 일상생활부터 연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도움을 주셨습니다.
Etienne 교수님은 실험과 임상 연구를 모두 진행하셨지만, 저는 주로 임상 연구에 집중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CRRT practice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서는 주로 citrate를 항응고제로 사용하는데, 이 citrate anticoagulation을 만든 분이 Ravindra 교수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citrate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사용법과 그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heparin이나 Nafamostat을 사용하지만, filter life span 측면에서는 citrate가 가진 강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UCSD에서는 매시간 CRRT와 관련된 parameter를 모두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UCSD에서는 전담 간호사가 매시간 parameter를 기록하고, 의료진들이 이에 대해 실시간으로 피드백하면서 CRRT setting을 실시간으로 조정하여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처음에는 fluid balance goal과 fluid balance achieved 간의 격차와 환자의 예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UCSD에서는 매시간 CRRT parameter를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어서 fluid balance goal과 achieved 간의 격차가 거의 없어서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UCSD만의 독특한 CRRT 프로토콜도 흥미로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모든 환자의 CRRT effluent volume을 2,700 ml/hr로 맞추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dialysate volume을 1,000 ml/hr, replacement volume을 700 ml/hr로 설정하면 1,000 ml/hr의 fluid removal rate이 생성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에 환자의 intake를 고려하여 시간당 제거할 양을 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replacement fluid를 통해 보충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solute clearance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매시간 replacement fluid를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하므로 추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프로토콜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Etienne 교수님과의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점차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Etienne 교수님은 CRRT 환자의 fluid balance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셨으며, 저와는 patient fluid balance와 machine net ultrafiltration 간의 관계, 그리고 이것이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CRRT 분야 중 fluid balance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고, UCSD만의 독자적인 프로토콜이 적용되고 있어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CRRT 분야의 주요한 파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fluid balance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에 가지는 UCSD staff 랩 미팅도 인상 깊었습니다. 신장내과 전체 staff가 참여하는 줌 미팅으로, 다들 자유분방한 복장으로 참석하여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주제에 대해 다른 staff들과 깊이 있고 열띤 토의를 자유롭게 진행하는 분위기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각자의 관심 분야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으며, 이러한 논의 과정이 실제 제 연구 진행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편안하면서도 배움이 넘치는 랩 미팅이었기에 저 역시 이러한 연구 분위기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수를 다녀오신 다른 교수님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연수는 저와 제 가족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바쁜 일정 탓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이번 1년 동안 함께하며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등하교하며 학교에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또한, 온 가족이 함께 축구, 농구, 야구, 그리고 미국에서 처음 접한 피클볼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습니다. 피클볼은 규칙이 어렵지 않고 부담 없이 배울 수 있어 가족 모두 좋아했고, 관련 용품을 한국으로 가져와 함께 계속 즐기기로 했습니다.
샌디에이고의 온화한 날씨 덕분에 방과 후 아이들과 곳곳을 탐방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특히 발보아 공원과 라 호야 해변을 자주 갔었는데, 발보아 공원의 경우 국내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서 관광객이 항상 많은 곳이었습니다. 공원의 규모가 매우 커서 공원 내에 여러 박물관과 과학관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유료 관람이었으나, 매주 화요일에는 샌디에이고 거주민에게 무료 관람을 허용하여 아이들과 자주 구경을 갔습니다. 라 호야 해변은 바다사자와 물개가 유명한 곳으로, UCSD에서도 가깝고 집에서도 멀지 않아 자주 방문하였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바다생물들에서 나는 비린내에 깜짝 놀랐는데 어느새 그 냄새에 익숙해져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2024년에는 샌디에이고에서 ASN이 열려, 한국에서 오신 여러 선생님들과도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Korean night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학회 기간 동안 선생님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의 생활, 맛집, 명소들을 소개해 드릴 기회도 있었습니다. 제가 연수를 오고 난 뒤 한국에서는 의정 사태가 벌어져 한국에 계신 선생님들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고, 저는 멀리서 소식을 접하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참석하신 선생님들이 학회 기간만큼은 공부뿐만 아니라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실 수 있길 바랐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랜드 서클, 옐로스톤, 조슈아 트리, 데스 밸리 등 미국의 유명한 국립공원을 여행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국 국립공원에서는 ‘주니어 레인저’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아이들이 퀴즈를 풀고 자연을 관찰하며 공원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치면 배지를 받을 수 있어, 여러 국립공원을 방문하며 배지를 모으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통신이 원활하지 않고, 숙소 환경도 다소 열악했지만, 오히려 가족이 함께 캠핑 도구로 요리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경험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옐로스톤에서는 숙소 앞까지 엘크가 찾아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그 또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연수를 떠나기 전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생활해 보니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학문적 경험을 쌓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의료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연수 중에도 급변하는 의정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소식을 계속 확인했고, 미국에서 만난 여러 선생님들 또한 한국 의료계의 상황을 걱정하며 많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아직 명확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의료계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연수 기간 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장내과 한승엽 교수님, 진규복 교수님, 박우영 교수님, 김예림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연수 준비부터 많은 도움을 주신 부산대학교병원 이하린 교수님과 동국대학교일산병원 박재윤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수 기간을 돌아보며, 이 소중한 경험을 앞으로의 연구와 임상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이 됩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장학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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