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수)부터 6월 7일(토)까지,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개최된 European Renal Association (ERA) 2025 학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이번이 첫 해외 학회 참석이자 초록 구연 발표의 기회였기에,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순간부터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학회 첫날 아침, 지하철역에서부터 학회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세계 각국의 의사 및 연구자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신장내과 의사뿐만 아니라 병리학, 소아과, 기초의학 등 신장학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학회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사진1,2]


8개 남짓한 강의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각기 다른 주제의 강의가 진행되었고, 이외에도 구연 및 포스터 발표장, 기업 및 기관 부스 등 다양한 공간이 준비돼 있었으나, 모든 곳에 참가자들이 가득해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여러 세션 중에서도, 저에게는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콩팥병 환자의 치료 접근법에 대한 강의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RAS inhibitor, SGLT2 inhibitor, Finerenone, Semaglutide 등을 포함한 pillared approach를 체계적으로 다루어, 각 약제의 최신 연구 결과와 적용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3]

또한, IgA 신증 치료에 대한 최신 접근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Budesonide, Sparsentan, Iptacopan, Sibeprenlimab, Telitacicept 등 최근 승인되었거나 임상 연구 중인 다양한 신약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약제들이 IgA 신증 치료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사진4]

제 구연 발표 전날에는 발표회장의 분위기를 익히고자 다른 구연 발표 세션에도 참관해 보았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연구자들의 발표를 통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날카로운 연구 주제와, 임상시험 중인 신약에 대한 데이터 등 매우 수준 높은 연구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규모가 큰 학회인 만큼 발표 이후에는 열띤 질의응답과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겠다는 동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회 셋째 날에는 제가 준비한 ‘Optimal timing for dialysis preparation’이라는 주제로 구연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진5]

발표 내용은 ESKD 환자들이 혈액투석을 시작하기 전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CKD 환자에서 적절한 투석 준비 시점을 예측하고자 한 연구였습니다.
전체 population에서의 투석 준비 시점에 해당하는 eGFR뿐 아니라, 질환군별 및 위험인자별 eGFR 값을 제시하고, multiple linear regression model을 통해 predictive equation을 도출한 결과를 공유하였습니다.
영국, 프랑스, 인도에서 오신 교수님께서 연구 내용이 흥미롭다며 추가적인 질문도 해주셔서 매우 영광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와 발표는 교신저자이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유병철 교수님께서 환자 데이터 수집 및 통계 분석 과정에서 아낌없는 도움과 지도를 해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발표 당일 끝까지 자리를 지키시며 응원의 눈빛을 보내주신 최수정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 분의 격려와 지도 덕분에 첫 해외학회 발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ERA 2025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ERA Membership Lounge에서는 컵, 에코백, 텀블러 등 다양한 ERA 기념품을 제공하였으며,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학회장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설치되어 있어, 오가는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고, 학회에서 초청한 화가가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행사도 진행되어 많은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사진6]

또 다른 좋았던 점은, 학회 둘째 날 밤 YNP (Young Nephrologists’ Platform, 40세 이하의 신장내과 의사들로 구성) 회원들이 학회장 인근의 바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교류의 장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학회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개최지인 빈(Wien)이라는 도시 자체였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을 간직한 중세 건축물로 가득한 이 도시는, 숙소에서 학회장까지 가는 길조차도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의 연속이었습니다.
낮에는 학회 참석에 집중하고, 저녁에는 빈 곳곳을 걸으며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장 근처 도나우강에서는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거리에서는 바이올린, 침발롬 등 다양한 악기 연주를 즐기는 거리 공연자들이 도시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해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지는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빈의 매력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7,8]


끝으로, 어려운 의료계 상황 속에서도 이번 ERA 2025 해외학회 참석을 흔쾌히 지원해 주시고, 일주일간 빈자리를 채워주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장내과 모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잊지 못할 경험과 값진 배움을 얻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정진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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