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N 2025, 더 건강한 신장을 향한 도전의 걸음을 마치며
우여곡절 끝에 지난 1년간 정성껏 준비한 KSN 2025가 성황리에 개막하여, 많은 선생님들의 참여 속에 4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올해는 13개국에서 초청된 166명의 연사가 61개의 심포지엄에서 198개의 강연을 진행하였고, 국내외 37개국 총 2,300여 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많은 분들이 학회를 찾아주시고 함께해 주신 덕분에 그 의미가 더 뜻깊었습니다.
“Beyond Challenges, Towards Healthier Kidney” - KSN 2025의 슬로건에 담긴 의미
올해의 슬로건인 “Beyond Challenges, Towards Healthier Kidney”는,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도전 앞에 선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며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의료계 전반을 뒤흔든 의정 갈등으로 인해 진료 환경은 물론, 학술 활동 전반에도 큰 제약이 있었고, 이 상황 속에서 학술대회를 무사히 치르는 것 역시도 도전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이었기에, 앞에 놓인 제약과 불확실성을 함께 넘어서자는 공감대를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오믹스, 의공학, 정밀의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과 학문이 급속히 융합되는 시점에서, 신장학 역시도 고유의 영역을 넘어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기에, 이런 슬로건은 두 가지 도전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자 하는 학회의 방향성과 다짐을 담은 슬로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I부터 바이오공학까지, 신장학의 경계를 넘어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질문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올해 Plenary lecture는 단순히 신장학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로 시선을 돌려 마주한 새로운 도전과 신장학의 확장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번째 Plenary session에서는 네이버 헬스케어랩의 나군호 소장님께서 “Digital Healthcare 2025: Age of Generative AI”로 우리의 삶에 깊이 침투하고 있는 AI가 실제 의료 현장에 가져다줄 변화와 가능성에 대해서 강연해 주셨습니다. HyperCLOVA X 기반의 실제 사례를 통해, AI가 의료 문서 작성 자동화, 환자 응대, 진료 보조 시스템 등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혁신을 이끌고 있는지를 보여주셨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의료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두 번째 Plenary Session에서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Matthias Kretzler 교수님께서 “The Right Drug for the Right Patient With Kidney Disease”라는 제목으로, 오믹스 기반의 정밀의학이 신장질환 치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복잡한 병태생리를 풀어내기 위한 통합 생물학적 접근과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대한 실제 임상 사례를 공유해 주셨고, 데이터 기반 진료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셨습니다.
세 번째 Plenary lecture에서는 미국 하버드 의대의 Luke P. Lee 교수님께서 “New Medical Technologies Based on Bioengineering for Clinical Applications”이라는 주제로 바이오공학 기반의 다양한 의료 기술과, 실제로 임상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고, 생물학·물리학·공학이 융합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소개해 주신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세 강연은 단순히 ‘신장학의 최신 지식’을 넘어, 신장학이 앞으로 어떤 학문과 기술과 함께 걸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국제적 연대의 확장, 국경을 넘는 KSN
작년 APCN-KSN 2024에서는 학회장에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게 느껴질 정도로 국제적 참여가 활발해 개인적으로도 매우 인상 깊었는데, 올해는 단독 KSN으로 개최되는 만큼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을 것을 예상하며 학회장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올해에도 상당수의 해외 참가자가 자리를 함께하였고,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학회에는 총 2,30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하였으며, 이 중 해외 참가자는 274명으로 APCN-KSN 2024에 비해서는 다소 적은 수였지만, 2023년 단독 KSN 학회 이후 약 50명 이상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참가자 수의 증가를 넘어, K-pop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나아가 한국의 의학계와 학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대한신장학회 역시 슬슬 ‘K-학회’라는 별칭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국제기관과의 Joint Symposium이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여 주었습니다. KDIGO, ISPD, TSN, JSN, ISN 등과 함께한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각국의 정책, 임상 경험, 연구 흐름을 함께 공유하고 상호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KSN, 학문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다
올해 KSN 2025에서는 학술 프로그램 외에도 학회의 외연을 넓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그중 하나는 처음 마련된 특별 세션인 바이오기자협회와의 간담회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Kidney Health Plan 2033’의 방향성과 함께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남인순 국회의원과 이제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신 정은경 교수님께서 직접 참석해 주셔서, 신장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주셨고, “환자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복막투석의 역할과 제도적 기반 마련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KSN이 학문 교류에서 나아가, 보건의료 정책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였습니다. 복막투석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이번 간담회는 환자 중심 치료 선택권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키고, 향후 학문과 정책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의미 있는 시도는 홍보위원회의 활약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올해 학술대회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특별한 콘텐츠들이 기획되었고, 그 중심에는 ‘내 신장이 콩팥콩팥’이라는 문구가 담긴 머그컵과 티셔츠가 있었습니다. 다소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학술대회 한가운데에서 참가자들에게 소소한 웃음과 기억에 남는 ‘굿즈 경험’을 선사하며, 학회의 메시지를 더 친근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홍보위원회는 학회의 핵심 역할을 맡고 계신 이사님들의 인터뷰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를 생생하게 담아내어, 학회의 메시지를 일반 대중과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 주셨습니다. 이번 시도들은 학회를 ‘참가하는 자리’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신장학이 단지 연구실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함께 만든 시간, 함께 나아갈 다음 – KSN 2025를 마치며
처음 학술위원회 간사로 참여하게 되었을 때, 프로그램 구성과 발표자 섭외, 세션 조율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인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학술대회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단순한 실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의실에서 나눈 짧은 대화, 메일 한 줄에 담긴 배려, 발표자 한 분 한 분의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시간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에 모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학회 준비를 위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애써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지난해 의정 사태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학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선생님들의 참여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지면을 통해 전해봅니다.
2026년 KSN을 준비하면서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진정성 있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7월 초 학술위원회에서 워크숍도 진행하였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고, 많은 목소리를 담아내며, 더 깊은 통찰이 오가는 내년 KSN 2026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을 도와 힘껏 달려보겠습니다.
지난 KSN 2025를 함께 준비했던, 그리고 KSN 2026 준비를 위해 함께 나아갈 모든 시간이, 신장내과에 몸담고 있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울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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