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 김영옥성모내과의원 원장
대한신장학회 동료 선후배 선생님께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2년 11월에 의정부시 민락동에 김영옥성모내과를 개원한 김영옥입니다. 저는 1988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1997년에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상강사를 수료한 후 2022년 8월 명예퇴직 시까지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신장내과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제가 신장내과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군의관 복무 후 곧바로 시작한 전공의 1년 차 시절에 가장 힘들게 보냈던 신장내과 수련생활이었습니다. 3년간 병원을 떠나 있어 병원 적응도 어려운 상황에 투석환자의 병색이 짙고 무표정한 얼굴, 1년 차를 무시하고 교수님만 상대하려는 모습에 이제 의사 생활을 막 시작하는 저로서는 신장질환에 대한 수련은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더욱이 신장이식을 위해 입원한 투석환자의 예기치 않은 사망 등으로 신장내과는 저에게는 너무나 벅찬 분야이니 절대로 신장내과는 선택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신장내과 고년 차 전공의 과정에서 은사이신 방병기 교수님의 따듯하고 진심을 다해 환자를 대하시는 모습을 통해 점차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투석환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오히려 의료진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신장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큰 고민 끝에 선택한 25년여의 신장내과 교수의 길은 정말로 보람 있고 행복했습니다. 25년여의 교수 생활은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정년퇴직하시는 선배 교수님들처럼 당연히 정년퇴직 시까지 열심히 근무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렇게 개원의 길을 가제 될 줄은 전혀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세월이 지나 선배 교수가 되어가면서 젊은 시절처럼 진료와 교육, 그리고 연구 모두를 잘 할 수 없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진료라고 생각되어 나만의 진료공간에서 할 수 있는 진료 허용 범위 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심과 성의를 다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진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개원 시에 오랫동안 대학에서 혈액투석 환자를 봐왔던 저로서는 신장내과 분과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곧바로 개원하시는 분들에 비해 모든 것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오히려 일찍 개원하시는 분들에 비해 모자란 부분들도 많고 이를 알아가는 과정도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먼저 개원하신 선배, 후배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조언과 도움이 개원 준비와 초기 병원 운영에 정말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윤영석 원장님, 송호철 원장님, 그리고 박정희 원장님, 이자영 원장님, 김현경 선생님, 윤유선 원장님, 최수진 원장님, 이경표 원장님, 황성준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개원한지 6개월에 접어든 지금도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점차 안정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병원이라도 병원 운영은 원장이 하지만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의정부성모병원 진료부원장 재임 시에 원장님께 들었던 말씀 중에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분들이 행복하다”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개원하면서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의 좋은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스럽게 저와 대학병원 인공신장실에서 25년 이상 함께 근무하던 간호사님이 수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밝은 미소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님들과 편안하게 투석을 받으시는 환자분들을 둘러볼 때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원장-간호사-환자 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처음에 개원을 결정하고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나 결국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익숙하게 되니 저처럼 늦은 나이에 개원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거나 준비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깨닫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개원의도 전문직 -그것도 여러 분야에서- 이라는 생각입니다. 계속해서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성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신장학회가 전문적인 학술발전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인공신장실 개원의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셔서 저로서는 대단히 감사한 일입니다.
대학에서 저의 주요 연구주제는 혈액투석 환자의 혈관통로(vascular access)였습니다. 의정부성모병원에 전임강사로 근무하면서 혈액투석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혈관통로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데 당시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의료진의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정맥루 기능 이상의 주요 원인은 정맥협착증을 유발하는 내막증식증(intimal hyperplasia)입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해외연수 과제를 혈액투석 혈관통로의 내막증식증으로 정하고 당시에는 매우 드문 일인데 신장내과가 아닌 혈관외과로 다녀왔습니다. 안정적으로 혈액투석을 유지하기 위해 합병증 없이 기능을 잘 유지하는 혈관통로야말로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정말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대학에 계신 신장내과 교수님들의 혈관통로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 혈액투석 환자들이 혈관통로 문제없이 편안하게 투석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학에서의 주요 연구과제가 혈관통로였는데 개원해서도 혈관통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 혈액투석 환자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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