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현 / 강북삼성병원 신장내과
Experience at WCN 2025 in Delhi [Summer 2025 Issue]
English Summary
The author reports on the World Congress of Nephrology held in Delhi, with over 3,700 participants. She describes the vast venue, vibrant satellite sessions, and a debate among young nephrologists on AI replacing doctors—where Korea’s representative won. While noting the challenges of vegan-only meals, she appreciated the inclusive environment. Sessions on nephrology big data tools such as Nephroseq highlighted the global trend toward open scientific collaboration.
세계 각국의 신장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WCN(World Congress of Nephrology)이 인도 델리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유서 깊은 문명,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에 3,700명의 참가자가 모였습니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신장 질환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펼치는 현장에 직접 다녀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한파 경보가 내리고 큰 눈이 내리던 2월 초의 한국을 뒤로하고 롱패딩을 입고 공항으로 향하며 델리의 따뜻한 날씨를 기대했습니다. 동시에 위생, 치안, 음식, 문화 등 인도에 대한 다양한 우려 섞인 이야기들도 들으며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회색빛 델리 하늘을 지나 내려앉은 도시의 첫인상은 낯설고도 매혹적이었습니다. 처음 공항에 내렸을 때 느꼈던 특유의 향기와 우버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여기가 델리구나’하고 맞이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 인도. 그 중심 도시 중 하나인 델리에서 열린 WCN 2025 세계 신장학회는 규모부터 남달랐습니다. 학회가 열린 India International Convention and Expo Centre는 단순히 크다고 말하기엔 부족할 만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는데, 서울에서 매년 KSN이 열리는 코엑스의 세 배, 어쩌면 다섯 배는 더 넓지 않을까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입구는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 연결통로만 해도 마치 공항 터미널처럼 길고 넓었습니다. 덕분에 곳곳에는 전기 트롤리 카가 상시 운행되며, 참가자들을 본관까지 실어 날랐습니다.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하는 2층 높이의 대형 미디어월이었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화면은 각 세션의 시간표, 연자 소개, 스폰서 행사 등을 실시간으로 안내해 주었고, 학회의 중심에 있다는 실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공식 학술 프로그램(Official Scientific Program)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열리는 Satellite Group Meeting과 소규모 심포지엄은 학회의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회의장 곳곳에 마련된 오픈 라운지와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는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지나가다 흥미로운 세션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경청했습니다. 퀴즈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세션들은 참가자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으며, 바쁘게 돌아가는 학술 프로그램 사이사이에도, 묘한 여유와 개방감이 있었습니다. 학회가 열리는 내내, 이 거대한 장소는 지식과 상냥한 인사가 오가는 살아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식사에 있어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종교와 기호를 모두 만족시키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년 APCN을 개최했던 우리나라는 식사 옵션을 다양하게 두고 손님 대접에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이곳은 묻거나 따질 것 없이 모두 비건식 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제품조차 먹을 수 없는 아주 엄격한 비건의 기호도 있는 점을 감안하여 아이스크림조차 아몬드 밀크로 만든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곳이 인도이기 때문입니다.

Meet the professor를 비롯한 아침 일찍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아침도 주었는데, 역시 모든 식사가 비건이었습니다. 샌드위치 박스를 세 번째 받고 샌드위치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자, 식사에 중요한 의미를 두는 나에게는 큰 위기였습니다. 동시에 ‘이건 꼭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 인도를 가도 음식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적어도 학회장에서 주는 런치 박스는 당연히 위생적이고 맛도 있어요. 주스랑 간식도 들어있어요. 하지만, 모두 비건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가세요.”

이번 학회에서는 모두가 참여하는 젊은 연구자 토론 세션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AI will replace real nephrologist in the future.” 각 대륙에서 젊은 신장학 연구자 대표로 2:2 팀을 이루어 찬성과 반대로 토론하고 청중의 점수와 의견 나눔을 거쳐 우승자를 선정하는 것이었는데,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 유경돈 선생님께서 참여하셨습니다. 그리고 멕시코 대표와 팀을 이루어 찬성 팀으로서 우승까지 하셨습니다.
AI가 의사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대편의 토론 논조와 근거는 대단했고, 청중들의 의견 발표도 AI가 의사의 고유 영역을 대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대세는 AI일까요? 사람들의 의식과 최근의 연구발표들은 경각심을 가지게 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AI 활용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미래와 만나는 느낌이라는 것은 새롭게 소개되는 병태 생리, 연구 결과, 신약 발표도 물론 해당됩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뛰어넘는 세계의 통합, 진정한 과학의 세계로의 진입을 경험한 것이 더 컸습니다. Nephroseq과 Kidney tissue atlas에 대해 소상히 가르쳐 주는 Big DATA LAB satellite session 은 예약을 통해 제한된 참가자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연구자들의 관심이 뜨거워 나중에는 모두를 환영하였습니다.
이중 Nephroseq 같은 경우는 먼저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ASN)의 연례 학술대회인 Kidney Week에서 소개된 바 있다고 합니다. 2022년 Kidney Week에서 미시간 대학교 O'Brien Kidney Translational Core Center(MKTC)는 Nephroseq와 Nephrocell이라는 온라인 분석 도구를 통해 신장 질환 연구자들에게 시스템 생물학적 접근 방식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연구자들이 그동안 모아놓은 데이터를 통합하여 비영리적 목적으로 학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기관 공식 이메일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한 데이터이며, Kidney tissue atlas는 human DNA data를 통합해 놓은 플랫폼입니다.
다 듣고 난 뒤 ‘도대체 이런 것을 왜 만드는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그 대답이 너무나도 아름다우며 홍익인간적이었습니다. 누구나 연구할 수 있고 누구나 신장학의 발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가능하다면 KSN에도 초대해서 다시 한번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열린 WCN에서는 동아시아 출신 연구자들을 많이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개최 장소가 지리적으로 먼 데다가, 국내 의정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의료 현장의 업무 강도도 높아져, 한국에서는 예년보다 참석자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전쟁 중이라는 상황 탓에 공식적으로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편, 내년 WCN 2026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릴 예정인데,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만큼, 더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연구자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설렘을 느낍니다. 계절은 어느덧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었는데, 올해에는 의료계 현안들이 잘 해결되고 상황이 점차 나아져, 내년 요코하마 WCN에는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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