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배움이 목마른 전임의에게 해외학회는 잘 차려진 만찬과도 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 2023 ASN kidney week에 참석한 건양대학교 병원 신장내과 전임의 1년 차 이지원입니다.
2023 ASN kidney week부터는 온라인 또는 하이브리드 없이 코로나 유행 이전처럼 오프라인으로만 참석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저는 지도 교수님들의 배려로 병원에서 홀로 최신 신장 의학의 배움의 장을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3 ASN kidney week는 11월 2일(목)~11월 5일(일)까지 총 나흘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되었고 연례 회의는 Basic/clinic science session과 clinical practice session을 기반으로 오전 10:00~12:30 시간 poster 게재, 점심시간에는 educational symposium이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혼자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에 들어선 소회는 ‘정신없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양한 인종, 국가, 연령대의 의사들이 저마다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들으러 분주히 이동하고 있었고 회장은 지금껏 경험했던 국내 및 국외 학회장보다도 훨씬 넓어 학회에 온 느낌보다는 여러 신장 의학의 지견이 즐비한 대학로를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적어도 5~6개의 주제의 강의가 동시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첫날 오전에는 대도시의 번화가로 올라온 시골뜨기처럼 사람들이 많이 입장하는 강의를 듣다가 오후부터는 관심이 가는 주제의 강의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들었습니다.

첫날 흥미로웠던 주제는 오후에 진행된 ‘Developments in AKI and Repair Mechanisms’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AKI는 다양한 질병 상태의 임상 증후군의 신기능 저하라는 결과로써 받아들여집니다. 이에 환자를 보며 clinical practice에 익숙해질수록 AKI시, 신세포의 분자생물학적 상태와 AKI에서 CKD로 진행할 때의 적응-부적응 메커니즘에 대하여 배우고 생각할 시간이 적었습니다.
특히 손상된 신세포에서 BELMO/TELMO 발현으로 efferocytosis의 증가나, cyclin G1-CDK5 signaling이 재분화를 억제하고 maladaptive repair를 진행하는 기전에 대하여 소개하며 미래에 이를 표적으로 삼아 최종적으로 분자생물학적 레벨에서 AKI에서 CKD로의 진행을 막는 약제의 개발까지 목표한다는 점은 향후 급성 신손상의 치료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를 위한 멀티오믹스 데이터 통합의 소개와 발전 현황도 재미있었습니다.
둘째 날 점심에는 첫날 놓쳤던 educational symposia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에 진행되는 이 세션은 생각보다도 많은 선생님들이 참석해서 인기 있는 강의는 줄 서서 기다리다가 정원이 초과하여 입장이 제한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Hyperkalemia in Diabetes and Heart Failure: Optimizing Management to Mitigate Risk’ 세션을 들었습니다.

들어보니 확실히 교육적 색채를 띠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강좌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증과 심부전에서 발생하는 고칼륨혈증과 이로 인한 RASi, MRA 과소 치료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에 대하여 다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담으로, Educational symposia에서는 간단한 점심 식사도 같이 제공되어 더욱 맛있고 풍성하게 강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에는 평소 관심 있던 신대체치료를 중심으로 들었습니다. 특히 iBAK(Implantable Bioartificial Kidney)에서 동물실험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나 SNM(Silicon Nanopore Membranes) 등의 발전 방향은 아직 문제점이 많고 실험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성공 여부에 따라 기존의 투석이나 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을 근간부터 대체할 수도 있을 정도의 혁명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신장의학과 의공학의 연계는 임상뿐만 아니라 kidney-on-a-chip technology나 organoid 연구, 등록 등 기초신장 생리학의 연구에도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평소 투석이나 신장 이식만이 신대체요법의 모든 것이라 여겼던 자신을 반성하고 더 넓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틈틈이 생소한 기초의학이나 의공학의 최신 경향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해외 학회의 참맛은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견을 받아들이고 지금껏 알고 있던 지식을 다시 재정립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경험들은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로 소화되기도 하고 진료 시 난해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 해결 역량을 높이는 자양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ASN kidney week 2023은 신장내과 의사로서 정말 맛있는 한 끼였습니다.

아울러 금번 학회에서 감명받은 것은 생각보다도 연령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토의와 질문을 하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보다 초록 포스터 게재시간이 짧은 것 같았는데 많은 분이 감사하게도 저의 포스터에 관심을 두고 질문과 코멘트를 하셔서 미숙한 영어로 설명하고 답변드렸었는데 이런 경험도 정말 소중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해외학회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대한신장학회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참관기를 마칩니다. ASN kidney week 2023, 맛있게 잘 갔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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