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untain journey filled with scenic viewpoints and the refreshing energy of green forests [Summer 2025 Issue]
English Summary
The Yonggulsan Skywalk in Sunchang offers a thrilling cliffside trail with panoramic views of the Seomjingang River, while the hike to its 647m peak passes through pine forests and cool breezes. In Pyeongchang, the Seonjaryeong Windmill Trail features red pine forests, reed fields, and sweeping vistas of wind turbines against the Daegwallyeong landscape. Geumosan Olle-gil in Gumi leads visitors along a lakeside deck and up to a mountain peak via cable car, where temples, Buddha carvings, and stone towers await. Each trail offers a unique blend of nature, cultural landmarks, and varied hiking experiences, making them ideal summer travel destinations.

뜨거운 여름에 땀을 흘리며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으나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거기에 산을 오르는 동안 초록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속에서 피톤치드 풍부한 공기를 마시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것으로 에너지 충전이 가능하다. 순창의 용궐산 하늘길, 평창의 선자령 풍차길, 구미의 금오산 올레길은 멋진 전망대 풍경을 자랑하는 대표 숲길이다.
잔도의 짜릿한 스릴감과 아름다운 섬진강 풍경이 어우러진 용궐산 하늘길
전북 순창에 있는 용궐산은 3면이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으로 둘러싸인 바위산이다. 원래 이름은 용골산(龍骨山)인데 뼈(骨)에는 죽었다는 의미가 있다는 이유로 대궐을 의미하는 궐(闕)자로 바꾸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로 2009년 변경되었다. 아름다운 섬진강의 풍경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하늘길이 개발된 후 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국도를 따라가니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붉은 채계산 출렁다리가 위엄을 과시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잠시 후 도로가 좁아지면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길로 들어서서 1km를 가니 용궐산 치유의숲 주차장이다. 하늘길은 중국의 잔도(棧道) 형태로 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에 데크를 만든 길로 우리나라에서 잔도가 산에 만들어진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오르기도 전에 이미 멋진 풍광과 짜릿한 느낌에 대한 기대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입구부터 돌계단으로 시작하더니 오르면서 위를 보아도 계단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 만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진강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수려하다. 계단을 올라 잠시 평탄한 오솔길을 걸으면서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에 땀을 식힌다. 다시 숨을 고르며 돌계단을 천천히 올라 하늘길의 시작점에 도착한다. 절벽 같은 바위에 만든 잔도를 따라 오르면서 눈앞에 보이는 황홀한 풍광에 사정없이 셔터를 누른다. 하늘길을 따라 걸으니 섬진강 주변의 멋진 풍경과 함께 끝없이 솟아난 산봉우리들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준다.
나무 데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 코스로 진입한다. 처음부터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는 난코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힘들게 바위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인 아름다운 풍광이 땀으로 흠뻑 적은 몸을 시원하게 해준다.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오솔길을 따라 걸어서 언덕 오르기를 반복하니 정상을 향한 마지막 암벽 등반이다.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보이더니 해발 647m의 용궐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표지석을 모델로 사진을 남기고 전망대에 올라 사방으로 보이는 황홀한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그려가며 여유를 즐긴다. 시원한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가슴을 펴서 건강한 정기를 들이마신다.
하산 코스로 절벽 같은 바위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바라보니 건너편 바위 위에 구름을 벗 삼아 독야청청 서 있는 소나무의 자태가 당당하다. 길가에 커다란 바위를 작은 나뭇가지들이 서로 힘을 합쳐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산길을 따라 걷다가 삼거리에서 귀룡정 방향으로 내려오니 바위로 만든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입을 벌리고 먹을 것을 기다리는 듯한 동물 얼굴 모양의 바위가 지나는 사람의 눈길을 끈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오니 널따란 임도로 이어진다. 산바람을 맞으며 30분을 걸어서 붉게 핀 배롱나무꽃들의 환영을 받으며 4시간의 하늘길 여행을 마무리한다.
소나무 향기 가득한 바우길과 멋진 대관령 풍경이 이어지는 선자령 풍차길
바우는 바위를 가리키는 강원도 말로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감자바우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되었고, 다른 의미로 바우(Bau)는 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죽을 병을 낫게 하는 건강의 여신으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해지길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 길을 살리고 의미를 더한 정도로 자연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서 조성된 길로 한 마디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다.

바우길은 많은 구간이 금강소나무와 해송 숲길로 이루어져 그윽한 솔향기를 맡으며 주변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4구간 사천둑방길은 시골 내음을 느끼면서 걷는 길로 곳곳에서 굴산사나 명주군왕릉 등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2구간 대관령 옛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걸었고 송강 정철이 이 길을 걸어 관동별곡을 썼던 유서 깊은 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와 문화의 향취를 느끼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우길의 모든 코스가 욕심이 난다.

순환 코스인 1코스를 모두 돌아보자면 4-5시간이 걸리므로 코스를 약간 변형하여 중간에 2구간 시작점으로 돌아서 국사성황사를 거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약식 코스를 선택한다. 1코스의 끝인 선자령 정상이 해발 1,157m라는 말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발지인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이 해발 840m이니 실상 300m 정도만 오르면 정상이다.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에 차를 세우고 대관령 양떼목장 길을 옆에 끼고돌면 출발점이다. 조용한 숲속 길로 접어들면 우뚝 솟은 소나무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언덕을 넘어 갈대 길 끝자락으로 대관령 목장과 잇닿아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초원을 바라보며 양 떼를 몰고 다니는 목동이 되는 상상의 나래를 끝없이 펼친다. 다시 숲길로 접어들면 갈림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고 국사성황사로 방향을 틀어 성황당을 잠시 구경하면서 숨을 고른다. 계단을 올라 갈림길에서 선자령 쪽으로 콘크리트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흙길로 접어들어 눈을 흩뿌린 듯한 하얀 들꽃들을 헤치고 오르니 멀리 능선 위로 우리나라 최대의 풍력 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뭉게구름과 어우러진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장승처럼 늘어서 손을 흔든다.
갈림길의 표지판에서 우측의 언덕을 따라 오르니 오늘의 목표점인 전망대가 반겨준다. 기구를 타고 푸른 하늘 위에 떠서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초록 산봉우리 사이로 영동고속도로와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휴식과 함께 추억의 사진을 남기고 되돌아서 국사성황사 사거리에서 대관령 방향으로 향한다. 보랏빛 개미취 군락의 환호와 함께 대관령을 향해 계단을 내려오면 종점으로 2시간 반의 걷기를 마무리한다.

뭉게구름과 산봉우리로 그려진 멋진 동양화를 감상하며 걷는 금오산 올레길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것으로 유명한 아도화상이 노을 진 산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날아가는 풍경에 감탄하여 금오산(金烏山)이라고 명명하였고 한다. 산세가 빼어나 예로부터 많은 전설과 신화를 품고 있는 금오산은 지금까지도 문화유산이 많은 산으로 유명하다. 최고봉인 현월봉이 해발 976m인 금오산은 예전부터 경북팔경의 하나로 꼽혔으며 1970년 국내 최초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풍이 지나고 개인 후 청명한 날씨에 구미로 내려가면서 시야가 확 트인 고속도로를 보니 유학 시절 여행에서 본 이국적인 풍광이 그려진다. 금오산 주차장에 주차하고 짐을 꾸려 올레길의 시작점인 금오지의 백운교로 향한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를 따라가며 호수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에 유유히 떠도는 뭉게구름과 초록의 산봉우리가 호수에 비쳐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오래전 전공의 시절에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흐릿한 추억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제방길 중간에서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금오산 정상을 사진에 담고 끝에 다다르니 물 떨어지는 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백운교 옆 개천을 따라 만들어진 오솔길로 방향을 틀어 솔 향기를 음미하며 걷다 보니 막다른 길이다. 깜짝 놀라서 옆을 보니 개천을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채미정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소나무길 사이로 손을 꼭 잡고 구령에 맞춰 걸어오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다가온다. 금오산 매표소를 지나니 케이블카 타는 곳이 보인다. 정상까지의 험난하고 긴 도전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케이블카를 선택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일주문을 지나 해운사를 잠시 둘러보고 대혜폭포로 향한다. 지난 비로 불어난 개울물이 이끼 낀 바위 위를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웅장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정상으로 향한다. 잘 만들어진 500여 개의 나무 계단을 인내하며 천천히 오르니 머리 위로 확 트인 하늘이 나타난다. 정상을 오를 때 가장 숨이 찬 지점이라 하여 ‘할딱 고개’란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하지만 숨이 찬 것은 잠시일 뿐 힘들여 오른 보람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가 반겨준다. 건드리기만 해도 씨앗이 사방 터져 나간다는 물봉선의 이야기가 생각나 살짝 건드리니 정말 자지러지듯 터져 나간다.

현월봉을 지나 정상 바로 밑에 있는 약사암에 들러 커피 한 잔과 간식을 하며 눈앞에 펼쳐진 구미시 경치를 감상한다. 이 높은 금오산 정상 절벽에 암자를 만들다니 정말 경이롭고 신기할 뿐이라고 생각할 무렵 건너편 산봉우리에 누군가가 만든 석탑과 거북상이 늘어서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큰 바위 모서리에 정교하게 새겨진 마애보살입상과 길가에 만들어진 수많은 돌탑의 의미를 헤아리며 내리막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주막에서 야채전과 도토리묵으로 허기를 채우며 12km, 7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용궐산 코스로 시간적 여유가 있고 등산을 좋아하면 내룡재를 거쳐 요강바위를 보는 풀코스도 좋다. 아름다움과 스릴이 있는 채계산 출렁다리도 모두에게 추천한다. 바우길 홈페지이지(http://www.baugil.org)에 들어가면 코스에 대한 지도와 안내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각 코스의 특징을 보고 걷고 싶은 길의 선택이 가능하다. 금오산 올레길은 금오지를 한 바퀴 돌고 매표소를 거쳐 케이블카 정상까지만 가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금오산의 별미인 백숙을 맛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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