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의 진단은 소아청소년이 성인기에 도달할수록 정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 혈압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때 13세 미만은 대상자의 연령, 성별, 키를 정상 혈압 기준표에 대입하여 혈압 백분위수 90백분위수까지를 정상 혈압, 90에서 95백분위수까지를 혈압 상승, 그리고 95 백분위수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며, 13세 이상은 120/80mmHg미만을 정상 혈압, 120/80mmHg에서 129/80mmHg를 혈압 상승, 그리고 130/8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연령이 어릴 수록 성인 고혈압의 기준과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연령과 성별, 키를 고려하였을 때 상승되어 있거나 고혈압의 기준에 해당함에도 임상의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그동안 미진단 고혈압은 소아청소년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고혈압은 소아청소년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을 높이고 말기 콩팥병으로의 이행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전 CKiD(Chronic Kidney Disease in Children) 연구에서도 전체 환자의 39%가 고혈압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였으며 이 중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거의 절반에 가까운 환자에서 고혈압이 지속되었다는 보고를 하였다. 이렇듯 대다수의 환자가 혈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소아청소년 만성콩팥병에서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가 얼마나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으로, CKiD 연구자들은 투석 전 소아청소년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환자의 연령과 고혈압의 진단, 그리고 항고혈압제에 의한 혈압 조절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에는 미국 다기관 전향 연구인 CKiD에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참여한 2-4기 만성 콩팥병 환자를 포함하였으며, 각각 1) 7세 미만, 2) ≥7세 이상~13세 미만, 3) 13세 이상~18세 이하의 세 연령군으로 분류하였다. 환자 902명의 총 3,550번의 방문에 대해서 분석을 시행하였을 때, 전체의 64%는 남자였으며 82%는 정상 체질량 지수였다. 전체 환자 연령의 중간 값은 10.7세(IQR, 6.21-14.40) 였고 사구체여과율의 중간 값은 49.0 mL/min per 1.73m2(IQR, 37.0-65.1) 이었다. 전체 환자 중 7세 미만 연령군은 264명이었으며 7세 이상 13세 미만 연령군은 317명, 13세 이상 연령군은 321명이었다.
전체 환자 중 만성 콩팥병의 원인이 사구체 질환인 경우가 13세 이상 연령군에서 47%로 높았고 7세 미만 연령군에서는 9%로 낮았다. 이 환자들의 방문 시 혈압을 확인하였을 때, 7세 미만 연령 군의 32%(166명)는 고혈압 1기와 2기에 해당하였으며 7세이상 13세 미만 연령 군에서는 22%(294명), 13세 이상 연령 군에서는 16%(264명)이었다.
전체 환자에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7세 미만 연령 군의 45%, 7세 이상 13세 미만 연령 군의 65%, 그리고 13세 이상 연령 군의 72% 였으며, 이 중 전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7세 미만 연령 군에서 31%, 7세 이상 13세 미만 연령 군에서 55%, 13세 이상 연령 군에서는 61%에 해당하였다(그림 1). 반면, 방문 혈압이 정상이었던 환자의 38%는 이미 고혈압을 진단받고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며 혈압이 잘 조절된 경우였으며, 이러한 환자의 비율은 7세 미만 연령 군의 25%, 그리고 13세 이상 연령군의 39%에 해당하였다.

연구진은 방문 시 혈압이 고혈압 1기와 2기에 해당한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기록한 고혈압의 진단력과 항고혈압제 복용 여부에 대한 추가 분석을 시행하였다. 병원 방문시에 측정한 혈압을 기준으로 고혈압 1기와 2기에 해당한 410명의 총 724번의 방문 중에서 임상의에게 고혈압으로 진단되었던 경우는 7세 미만에서는 39%, 7세 이상 13세 미만에서는 55%, 그리고 13세 이상 연령 군에서는 63%에 해당하였다. 고혈압 임에도 임상의에게 고혈압으로 진단되지 않고 항고혈압제도 처방받지 못한 경우는 7세 미만 연령 군에서 46%에 해당하였으며 반면, 13세 이상 연령 군에서는 21%에 해당하였다(그림 1).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7세 미만 연령 군이 13세 이상 연령 군과 비교하였을 때 오즈비 2.11로 높았으며 항고혈압제 약물 치료를 받을 확률은 7세 미만 연령 군이 13세 이상 연령 군과 비교하였을 때 오즈비 0.5로 낮게 확인되었다(그림 2). 또한 7세 이상 486명의 949번의 방문 시 24시간 혈압 측정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이를 7세 이상 13세 미만 연령 군과 13세 이상 연령 군으로 나누어 비교해보았을 때, 24시간 혈압 측정 검사에서 고혈압의 기준에 해당하였던 경우는 두 연령 군에서 각각 57%와 52%로 비슷하였으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환자만 임상의에 의해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

다만,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환자의 이전 고혈압 진단력이 환자나 보호자의 자가 보고에 기반하였으며 당시의 의무기록을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한 환자가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하였을 때 이를 모두 개별 사례로 간주하여 분석하였다. 그리고 항고혈압제이면서 항단백 효과가 있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복용한 경우, 이 약물의 처방 목적이 혈압 조절을 위험이었는지 항단백 등 다른 효과 때문이었는지 구분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약물에 대한 순응도가 평가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혈압이 소아청소년 만성 콩팥병의 진행과 심혈관계 합병증 발병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볼 때 환자의 고혈압이 진단되지 않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므로, 본 연구는 소아청소년 만성 콩팥병 환자의 고혈압 진단과 치료가 얼마나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대규모 코호트에서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큰 의의를 가진다.연구진은 경도에서 중증도의 소아청소년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7세 미만의 어린 연령 군에서 미진단 고혈압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혈압 조절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를 진료할 때에 성인 고혈압의 기준과 차이가 뚜렷해 지는 어린 연령일수록 정상 혈압 기준표에 근거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임상의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더불어 소아청소년 고혈압에 대한 임상의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향후 이러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성콩팥병이 있는 소아청소년에서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조절하면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과 말기신부전으로의 진행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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